한·일 국장급 협의 주목
할머니측 “명확히 사죄를”

일본 정부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위한 기금을 조성하고, 사죄 요구와 관련해서는 이중적 해석이 가능한 ‘정부가 책임을 느낀다’는 식의 표현을 사용해 입장을 밝히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중·일 정상회의를 앞두고 일본 정부의 이 같은 절충안을 한·일 양국이 논의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지만, 국내 위안부 관련 시민단체들은 진정성 있는 사과와 대책이 아니라고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3억 엔(약 28억 원) 상당의 위안부 피해자 기금을 마련하고, 책임 문제에 대해 ‘정부가 책임을 느끼고’ 정도의 중립적 표현을 사용하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지난 2012년 사사에 겐이치로(佐佐江賢一郞) 당시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이 △총리의 사죄 표명 △국가 차원의 위로금 등을 제안한 일명 사사에안보다 구체적이다.

이와 관련 한국 정부는 9차에 걸쳐 이뤄진 한·일 국장급 협의의 구체적 내용을 아직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앞으로 일본 정부가 이 같은 내용을 제안해온다면 정부가 이를 받아들일지 여부가 주목된다. 외교부 관계자는 “아직은 가정해서 판단하기 어렵다”고 답을 피했다.

기금의 경우 지난 1995년에도 일본이 국민들로부터 모금한 5억6500만 엔 상당의 ‘아시아여성기금’을 한국과 필리핀 등의 피해자들에 대한 속죄금으로 사용하려 했는데, 위안부 피해자들이 정부의 책임 회피 수단이라고 반발해 무산된 적이 있다.

국내 위안부 관련 시민단체들은 일본 정부의 이 같은 안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안신권 나눔의 집 소장은 “명확한 사죄와 책임이 담기지 않은 말도 안 되는 안이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특히 기금 문제의 경우 과거에도 일본 정부가 피해자 할머니들의 의사나 상처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브로커를 기용해 강행 처리하려 하거나, 받지도 않았는데 이미 기금을 받았다고 기록하는 등 과정상 문제도 많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이를 정부가 받아들여서는 안 되며 어느 특정 정권에서 급하게 처리하려 하지 말고 원칙을 갖고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금의 규모가 너무 적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위안부 피해자들을 대리해 김형진 변호사가 미국 샌프란시스코 연방 법원에 제기한 집단 소송의 경우 피해자 1인당 배상액이 200만 달러(약 22억5600만 원)다.

유현진 기자 cworang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