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초 임기가 만료되는 황성하 회장 후임 선출을 놓고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수뇌부가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고 합니다. KPGA는 2차례 회장 선거를 치르면서 분열 양상을 보여왔기에 이전에 볼 수 없었던 단합의 목소리가 높다고 합니다. 최상호 프로를 오는 11월 예정된 대의원총회에서 차기 회장으로 추대하자는 움직임이 있다고 합니다. 차기 회장 선거를 앞두고 선수 출신의 여러 후보가 ‘대권’ 도전의 뜻을 암암리에 밝히면서 KPGA가 또다시 돌이킬 수 없는 분열 조짐이 있던 차였습니다.

2011년 말 박삼구 회장의 임기가 끝나자 후임 회장 자리를 놓고 외부 인사를 영입하자는 세력과 선수 출신이 해야 한다는 세력이 다투면서 대회를 후원하던 기업들이 하나둘씩 발을 뺐고, 여자대회의 절반도 치르지 못하고 있습니다. 최상호는 KPGA 최다승인 43승을 기록하며 1980년대부터 2000년 초반까지 국내 남자골프의 ‘레전드’로 군림했습니다. 그런 만큼 선후배의 신망도 두터운 편입니다. 최상호 역시 그동안 ‘선수 출신 회장’을 반대해 왔습니다. 이런 그가 회장 출마 결심을 굳힌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기업인 출신 회장 영입을 위한 ‘배수진’을 친 것입니다. 얼마 전 열렸던 2015 프레지던츠컵 때 그는 황 회장과 함께 조직위원장인 류진 풍산그룹 회장을 만나 차기 KPGA 회장을 맡아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류 회장은 “지금은 때가 아니다”면서 “만일 최(상호) 프로가 회장이 되면 물심양면으로 돕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합니다. 이어 “기회를 봐서 몇 년 내에 직접 회장직도 수락하겠다”는 제안도 했다고 합니다.

최상호는 이날 이후 고심해 왔습니다. 평소 선수 출신의 한계를 주장해 왔던 그동안의 ‘소신’을 저버린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며칠간 원로들을 만나고, 후배들의 의견을 들은 뒤 그는 류 회장의 제안을 받아들였습니다. 그 생각의 끝은 류 회장을 염두에 둔 듯합니다. 그는 “회장 임기(4년)를 다 채울 생각도 없고 1~2년 이내에 류 회장에게 반드시 넘겨주겠다”는 확고한 뜻도 밝히고 있습니다.

‘최상호 효과’는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간 물밑에서 회장 선거를 준비하던 원로급 후보가 최상호를 전폭 지지할 뜻을 밝히는 등 단일 회장 추대로 굳어지는 듯합니다. 하지만 차기 회장이 해결해야 할 문제는 여럿 있습니다. 우선 남자 대회 수를 지금보다는 획기적으로 늘려야 합니다. 이렇게만 되면 일부 회원들이 주장하는 기업인 출신 회장 명분도 사라질 테니까요. 희생을 감수하면서까지 KPGA 발전을 위해 회장 선거에 출마한 최상호가 선수로서뿐 아니라 또 다른 성공을 이룰지 관심이 모아집니다.

mscho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