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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의 책 / 폴 서루 지음, 이용현 옮김 / 책 읽는 수요일

세계적인 명성의 여행작가 폴 서루. 그가 길 위가 아니라 대학 도서관에 앉아서 몇 달에 걸쳐 하루에 두 권꼴로 읽어냈던 책 속의 문장과 문단 중에 밑줄 친 부분을 골라내 책으로 묶었다.

저자는 평소 좋아하던 책을 읽어가며 여행과 관련한 보석 같은 문장들을 모았다. D H 로렌스, 헨리 데이비드 소로, 안톤 체호프,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서머싯 몸, 어니스트 헤밍웨이, 장 콕토…. 이런 거장들이 여행에서 만난 것들의 아름다운 묘사와 흥미로운 일화, 여행의 의미를 사색하게 만드는 금언 등이 이 책에 있다.

거의 50년 동안 여행을 하고 40년간 여행기를 써온 저자는 서문에서 “사람들이 항상 나에게 좋아하는 여행 책이 무엇인지, 여행에서 무엇이 가장 관심 있는지를 자주 묻는데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했다. 좋아하는 여행 책만 수십 권이 넘고, 관심 있는 여행의 주제 또한 다양해서 도무지 간단하게 대답할 수 없었던 그는 대답 대신 이 책을 내밀고 있는 것이다.

저자가 지금까지 펴낸 열두 권의 여행서, 그리고 그보다 훨씬 더 많은 다른 이들의 작품을 뒤적이면서 끄집어낸 글은 여행과 삶에 대한 통찰력 있는 이야기들이다.

이 책에서 다루는 ‘여행’이란 이동이나 관광이 아닌 ‘과정’으로써의 여행을 뜻한다. 어디를 여행해야 하는지, 혼자 가야 하는지, 혹은 여럿이 가야 하는지, 얼마 동안 여행해야 하는지, 무엇을 가져가야 하는지. 나아가서는 왜 여행하는지, 또 여행이란 무엇인지 등의 근원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이 책에서 찾을 수 있는 건 이 때문이다.

사실 책의 구성은 좀 낯설고 당황스럽다. 문학적인 향기가 짙은 책 속의 글들이 문장으로 토막 나 있는 데다 인용 문장들 사이에 액자처럼 새로 쓴 저자의 글이 끼어들기도 한다.

하지만 도려낸 문장들이 주제에 따라 배열되고 중간중간에 끼워 넣어둔 저자의 교통정리로 최소한의 맥락을 유지한다. 그래서 한 호흡으로 읽어내릴 수도 있고, 짚이는 대로 아무 쪽이나 펼쳐 들고 읽는다 해도 전혀 문제 될 게 없다.

저자는 여행과 관련한 글들을 추려 냈지만, 여행이란 종종 인생과 삶의 여정에 대한 비유로 쓰이는 법. 그러므로 여행에 대한 탁월한 발언은 곧 인생에 대한 은유로도 읽힌다. 여행뿐만 아니라 삶의 금언을 얻기 위해 두고두고 꺼내 볼 만한 책이다.

박경일 기자 park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