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미국 노스다코타주 윌리스턴 외곽의 셰일가스 시추 현장에서 지난 2011년 7월 한 일꾼이 유정탑에서 걸어 나오고 있다. AP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산 원유와 원유시장에서 경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의 셰일 오일·가스는 비용 단가가 비싸다는 치명적인 단점을 안고 있다. 따라서 저유가 기조가 지속되면서 미국 셰일 업체들이 생산량을 줄이거나 결국 생산을 중단해 원유 시장의 주도권을 중동 지역의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이 유지하게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미국도 새로운 시추, 채굴 방식 개발 등을 통해 생산비용을 낮추고자 하고 있지만, 여전히 생산 단가는 중동산 원유의 2~3배 정도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6일 관련 업계 및 외신 보도에 따르면 셰일 오일·가스는 대량의 물과 모래, 각종 화학 물질을 혼합한 용액을 지하 퇴적암층에 쏘아 가스를 뽑아내는 방식으로 생산된다. 이때 용액의 혼합 비율이 생산량 증대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용액에 대한 최적의 혼합비율을 개발한 미국 업체들 사이에서 관련 기술이 확대되자 셰일 오일·가스의 생산량도 꾸준히 늘어났다. 지난 5월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가 발간하는 ‘MIT 테크놀로지 리뷰’는 “5년 전에 비해 셰일 생산에 드는 굴착 시간은 50% 단축됐고, 한 번에 팔 수 있는 굴착 거리도 2배 이상 길어졌다”고 분석했다. 또 여러 곳을 동시에 굴착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굴착용 드릴 날의 품질, 이를 제어하는 실시간 원격조종 기술 등도 발전하고 있어 생산성도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셰일 오일·가스의 배럴당 생산비는 평균 60달러 정도로 사우디 등 중동산 원유 생산비의 2배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국제유가가 배럴당 50달러 선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미 미국 셰일 업체들은 밑지는 장사를 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지난해 12월 사우디의 알리 알나이미 석유장관은 “원유 가격이 배럴당 20달러로 떨어져도 상관없다”고 밝혔다.

OPEC의 전략이 성공하기라도 한 듯, 미국 셰일 오일·가스에 대한 어두운 전망은 이어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 9월 발표한 월례 원유시장 보고서에서 지난해 6월 이후 붕괴한 국제유가가 미국 셰일산업을 강타했다며 비OPEC 국가들의 산유량이 내년에 하루 50만 배럴 가까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 미국 셰일 오일·가스가 전체 감소량의 80%를 차지할 것이라고도 전망했다. 지난 13일 발표된 OPEC 월례보고서는 내년 미국산 원유 생산량이 지난 2008년 이후 처음으로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준희 기자 vinke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