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회사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해외 시장에 직접 진출하는 방안과 국경을 넘나드는 금융 서비스를 확대하는 전략을 병행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8일 금융당국 및 금융권에 따르면 이 같은 모델을 가장 효과적으로 구축하고 있는 글로벌 금융회사 중 하나가 씨티은행이다. 이 회사는 세계 97개국에 점포를 두고 직접 영업을 하는 것과 동시에 건설 등 대형 프로젝트에 금융을 지원하는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이나 글로벌 자금 관리 서비스 등을 통해 국경을 넘나드는 금융 서비스 시장을 개척해 왔다. 결과적으로 국내 은행의 해외점포 자산 비중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민은행 1.9%, 우리은행 5.8%에 불과하지만, 씨티은행 등은 50% 안팎에 달한다.

‘우물 안 개구리’로 질타를 받아온 국내 금융사에도 기회는 열려 있다. 내년 초 정식 출범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출범, 유럽계 금융사의 부채 감축 추세 등에 힘입어 국내 금융사도 국경을 초월한 금융 서비스 시장을 개척할 기회를 맞고 있다.

게다가 세계 30대 건설사 중 5개사가 우리 건설사로 세계 6위권 해외수주실적을 자랑하고 있어, 국내 은행의 간접자본(SOC) PF 역량만 강화하면 글로벌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강화할 수 있다. 정부는 이를 위해 시중은행이 공동으로 대출하고 무역보험공사가 보증하는 20억 달러 규모의 해외 SOC 펀드를 조성할 계획이다. 신한은행과 국민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농협은행 등이 참여할 예정인데, 해외 SOC 금융 경험과 평판을 쌓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아직은 초기 단계지만 국내 연기금·보험사의 해외 대체투자 확대에 따라 해외 SOC 투자도 증가 추세에 있다.

물론 과제도 적잖다. 해외진출 핵심인력 부족, 3년마다 담당자가 교체되는 순환근무제와 단기·보상성 인사 관행, 현지인 점포장 활용 저조, 중·장기 전략 부족 등은 체질적인 취약점으로 늘 꼽히는 대목이다. 또 해외 SOC 금융시장에서는 높은 외화 대출금리와 경험부족, 보수적 위험 관리 태도도 약점으로 지적된다. 신흥국의 경우 진입규제·불투명한 행정 관행 등도 앞으로 국내 금융사가 극복해야 할 과제로 꼽히고 있다.

이관범 기자 frog7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