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수사로 구속… 法, “혼인 취소” 판결

결혼 20여일 만에 출장을 다녀오겠다던 남편. 알고보니 이 남편은 결혼 전 저지른 범죄로 경찰 수사를 받아 구속된 것이었다.

이 같은 사실을 뒤늦게 알게된 30대 신부는 남편을 상대로 혼인취소 소송을 냈고, 법원이 받아들였다.

서울가정법원 가사9단독 이은정 판사는 아내 A씨가 남편 B씨를 상대로 낸 혼인 취소 소송에서 “혼인을 취소한다”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7일 밝혔다. 또 A씨가 청구한 6000여만원의 위자료 중 47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혼인 전 A씨에게 범죄사실로 수사를 받고 있고 기소될 가능성 등에 대해 고지해 혼인 여부에 관해 신중히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했다”며 “그러나 B씨는 오히려 자신이 하지 않았다고 거짓말을 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어 “B씨는 A씨에게 성폭력범죄로 수사가 진행 중이며 처벌 가능성이 있다고 제대로 고지하지 않아 A씨를 착오에 빠뜨려 혼인에 관한 의사표시를 하게 했다”며 “혼인 여부의 결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실에 대한 기망 행위로 ‘사기로 인한 혼인 의사표시를 한 때’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혼인 취소로 받은 정신적 고통을 금전으로 배상할 의무가 있다”며 정신적·재산적 손해배상에 따라 47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덧붙였다.

학창시절 친구였던 A씨와 B씨는 소식이 끊긴 채 지내다가 13년만인 지난 2013년 다시 연락이 닿아 교제 후 결혼했다.

B씨는 A씨를 만나기 전인 2012년 사귀었던 전 여자친구의 나체 및 신체 일부 사진을 몰래 촬영해 갖고 있었다. 그러던 중 지난해 전 여자친구의 결혼 소식을 듣고 사진을 해외 인터넷사이트 게시판에 올린 후 전 여자친구의 예비남편에게 이를 문자메시지로 보냈다.

전 여자친구와 예비남편은 B씨를 고소했지만 그는 오히려 아이디가 해킹당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B씨는 또 국가인권위원회에 경찰의 부당 수사라는 진정서까지 제출했다. 이후 전 여자친구는 파혼했다.

A씨는 B씨의 말을 믿고 지난해 결혼식을 올렸다. 하지만 신혼생활을 시작한 지 이틀만에 B씨는 출장을 간다며 집을 나섰고 이후 연락이 닿지 않았다. 사실 B씨는 회사에 휴가를 내고 경찰의 영장청구에 따른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받으러 간 것이었다. B씨는 영장이 발부돼 당일 구속됐다.

이후 법원은 B씨에게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한편 A씨는 출장간 남편이 사라지자 행방을 수소문하던 중 경찰서로부터 연락을 받고서야 구속된 사실을 알게 됐고 이후 혼인 취소 소송을 제기했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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