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농부 박경운(41) 씨가 지난 1일 세종시 연동면 송용리 자신의 비닐하우스에서 스마트폰에 설치된 스마트팜 애플리케이션 ‘반딧불이’를 통해 비닐하우스의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SK 제공

SK·세종시 ‘반딧불이’ 앱 활용한
창조마을 시범사업 100곳 문열어
노동력 38%, 생산비용 27% 감소

농민, 해외여행·역귀성 여유 생겨
수산·축산·양어장으로 확대 계획

지난 1일 오후 세종시 연동면 송용리 박경운(41) 씨의 비닐하우스는 이날부터 시작된 오이 수확으로 분주했다. 8월 말에 심었다는 오이는 어른 팔목 두께만큼 자라 탐스러운 녹색 빛을 띠고 있었다. 비닐하우스 한 동당 수확되는 오이는 약 200박스. 박 씨와 인부들은 구슬땀을 흘리면서도 수확의 기쁨을 만끽하며 부지런히 손을 놀렸다.

작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을 무렵, 아침부터 잔뜩 찌푸렸던 하늘에서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촉촉이 대지를 적시는 가을비’라기보다는 폭우에 가까웠다.

비닐하우스 작물이 대부분 그렇듯 오이 농사 역시 온도와 습도가 생명이다. 오이의 경우 온도는 27~29도, 습도는 60~70%를 맞춰야 한다. 박 씨가 인근에서 운영하는 비닐하우스는 30동으로, 그중에는 아직 오이가 한창 자라는 비닐하우스도 있었다. 비닐하우스에 물이라도 들어가면 낭패였다.

그러나 박 씨의 표정에는 여유가 넘쳤다. 그는 어린 오이가 자라는 비닐하우스로 달려가는 대신 스마트폰을 꺼내 ‘반딧불이’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했다. 박 씨는 “반딧불이의 원격제어 시스템을 이용하면 비닐하우스의 환기창을 여닫을 수 있다”면서 “비가 오면 온도가 떨어지고 밭 안으로 빗물이 유입될 수 있기 때문에 환기창을 닫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말 환기창이 닫혔을까. 혹시라도 기계가 오작동하면 심어 놓은 오이를 다 날릴 수도 있다.

그러나 역시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반딧불이 앱을 이용하면 실제 환기창 작동 여부를 CCTV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한밤중에 비가 내리더라도 문제는 없다. 반딧불이 앱은 비닐하우스에 설치된 센서와 연동돼 설정해 놓은 온도나 습도에서 벗어나면 알람을 울려 알려 준다.

박 씨가 반딧불이를 사용한 것은 지난해 10월부터다. SK와 세종시가 시행 중인 ‘세종 창조마을 시범사업’의 일환이다. 반딧불이를 활용한 스마트팜은 이미 100곳이 문을 열었다.

특히 스마트팜을 통해 스마트폰으로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생육환경을 원격제어하는 환경이 갖춰지면서 생산성은 향상되고 노동력과 생산비용은 감소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최근 스마트팜으로 딸기 농사를 지은 농민 10가구를 대상으로 시범사업 성과를 평가한 결과 생산성은 22.7% 증가했고, 노동력과 생산비용은 각각 38.8%와 27.2% 감소했다. 만족도는 4.5점(5.0만점)으로 나왔다. 원격제어를 통해 노동시간이 절약되면서 일부 농민은 수십 년 만에 해외여행을 떠나거나 명절 때 서울로 역귀성을 하기도 했다.

시범사업단지 인근 지역에서 스마트팜을 설치해 달라는 요구가 잇따르면서 SK는 최근 인접 지역 비닐하우스 5동에 스마트팜 설비를 구축했으며, 내년부터는 세종시 전역으로 확대 보급할 방침이다.

박 씨 역시 지난해 자녀들과 순천만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비닐하우스 농사의 특성상 대부분 농가는 비닐하우스 옆에 컨테이너 등을 설치해 놓고 숙식을 해결한다. 그는 “지난겨울에는 오랜만에 자녀들과 순천만으로 여행을 다녀왔다”면서 “스마트팜이 아니면 꿈도 못 꿀 일이었다”고 말했다. 해외에서도 로밍으로 반딧불이를 통한 비닐하우스 제어가 가능해 박 씨는 조만간 자녀들과 해외여행도 다녀올 계획이다.

한편 SK와 세종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앞으로 스마트팜을 스스로 생육환경을 조절할 수 있는 수준으로 업그레이드하고 농업뿐 아니라 수산업(양식), 축산업(축사·양돈·양계), 임업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조만간 스마트팜 기술을 활용한 메기 양어장도 선보일 예정이다.

세종 = 임정환 기자 yom7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