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글로벌 시대에 역행하는 시대착오적 대입(大入) 정책을 잇달아 강행하고 있다.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기본계획’을 1일 발표하면서 “영어 영역은 현행 상대평가를 절대평가로 전환해 수험생 성적을 1~9등급으로만 표시한다”고 밝힌 것이 가까운 예다. ‘물수능’이라는 지탄을 받아온 수능의 쉬운 문제 출제 기조를 유지하면서, 영어 과목의 변별력은 아예 없애다시피 하는 식이다.

세계 공용어와 다를 바 없게 된 영어를 구사하는 능력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외국어가 아니라 ‘제2 국어’처럼 가르치는 나라도 적지 않다. 수능 변별력이 사실상 없어지면 학생들은 영어 실력을 키울 의욕을 잃게 마련이다. 각 대학은 수능 영어를 입학 전형 요소로 삼기도 어렵다. 지난해 수능 영어 점수만 봐도 알 수 있다. 원점수 기준으로 90점 이상을 받은 수험생이 9만664명이었다. 절대평가를 적용하면 1등급이 응시생 전체의 15.6%로, 서울 소재 4년제 대학 입학 정원 7만7990명보다 훨씬 많다. 대학들은 별도의 전형 방법을 모색할 수밖에 없다. 절대평가가 대학별(別) 본고사(本考査) 필요성을 더 키우는 것이다.

황우여 장관은 지난해 2월에 박근혜 대통령이 “영어 사교육비 부담을 대폭 경감하고, 학생들의 과잉 영어 교육을 요구하는 현실에 근본적 개선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이래 수능 영어의 절대평가에 집착해 왔으나, 현실 진단부터 빗나갔다. 영어 교육 수요를 과잉이라고 할 수는 없다. 절대평가가 사교육 해법일 수도 없다. 벌써 교육 현장에선 다른 과목의 사교육을 부추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사교육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학력을 떨어뜨리는 것은 본말전도의 황당한 발상이기도 하다. 교육부가 반(反)교육 정책으로 국가의 미래 경쟁력까지 깎아내려선 안 된다. 차제에 본고사도 허용하면서 대입 전형은 대학 자율에 맡겨야 한다. 그래야 학생 개개인과 대학은 물론, 국가의 교육 경쟁력도 키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