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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원 고려대 경영전문대학원장이 보는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라는 조직은 기본적으로 ‘외로운 존재’다. 협상에 임하는 사측과 근로자, 정부 등 서로 견제하는 긴장관계에 있는 모든 이해 당사자들로부터 환영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데올로기 측면에서 볼 때 우측의 자유시장론자들은 노사정위의 기능과 역할에 대해 절대 반대하는 입장이다. 시장 원리에 맡겨 놓으면 잘 굴러갈 텐데 왜 귀찮게 하느냐는 것이다. 이들은 정부가 끌고 가니 억지로 따라가긴 하지만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 좌측의 진보학자들은 정반대의 이유로 노사정위에 반기를 든다. 정부가 항상 자본가 이해를 반영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노사정위의 임무라는 게 결국 정부가 하는 일에 대한 ‘러버 스탬프(rubber stamp·고무도장)’ 역할에 불과하지 않으냐는 불만이다. 따라서 노사정위 없이 노사 간의 협상력에 따라 결판나는 대로 하는 것이 좋은 게 아니냐는 게 진보학자들의 시각이다.

노사정위를 지지하는 이들은 주로 중립적 입장의 학자들이거나 중도적 노동운동가들이다. 학계에선 제도학파로 분류되는 이들이다. 사실 정부도 늘 노사정위를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관료들은 정책 결정이라는 자신들의 고유 기능을 나눠 가져야 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이처럼 노사정위를 바라보는 각 이해집단의 시각 차이가 워낙 크기 때문에 세계적으로도 노사정 합의가 제대로 이뤄진 사례를 찾아보기가 힘들다. 국가적 위기상황이 아니면 노사정 합의가 이뤄지기 힘들기 때문이다. 국가적으론 이탈리아, 아일랜드, 네덜란드를 비롯해 1998년 한국에서의 노사정 대타협은 심각한 경제위기 상황에서 합의가 이뤄진 사례다. 1998년의 경우 국제통화기금(IMF)에서 내건 구제금융 지원 조건 중의 하나가 ‘노동유연화’여서 노사정이 무조건 합의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었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9·13 노사정 합의안’은 17년 만에 이뤄진 두 번째 노사정 대타협의 산물이라는 게 김 원장의 생각이다. 그는 “경제위기 상황에서 외부 요인에 의해 만들어진 1998년 당시의 ‘메이저급 대타협’에 비교할 바는 아니지만 1년 이상의 산고를 겪은 뒤 자율적 합의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매우 큰 가치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