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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장 활동 되돌아보니… “애로사항 들어주려 애써”

조무제 전 총장은 UNIST를 상징하는 인물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학교 역사 자체가 그의 업적이란 평가가 있을 정도다. 2007년 UNIST 설립 당시 정부는 신생 지방국립대학 중 하나로 생각했지만 조 전 총장은 글로벌기업들이 모여있는 우리나라의 산업수도인 울산에서 일반 국립대학은 안된다며 카이스트와 같은 과학특성화대학으로 기반을 확고히 다졌다. 그는 UNIST가 울산과학기술대에서 울산과학기술원으로 전환하는 데도 큰 기여를 했다. 그는 과학기술원이 되면 교육중심이 아닌 연구중심의 글로벌 대학으로 바뀌고 연구 예산이 크게 늘어나는 데다 박사과정 재학생들에게 병역특례 혜택이 주어져 우수 학생유치에도 큰 도움이 된다며 과학기술원 전환을 역설했다. UNIST의 과기원 전환을 위한 조 전 총장의 각고의 노력 덕분에 울산과학기술원법이 지난 3월 국회에서 통과돼 UNIST는 지난 28일 울산과학기술원으로 출범했다.

이런 조 전 총장에게 업무 추진력은 최고지만 부하 직원들을 다독거리는 ‘관리형 리더십’은 부족했다는 평가도 있다고 하자 너털웃음을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데 제가 칭찬에 인색해서 스킨십이 부족하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반면 애로 사항들을 잘 들어 주는 자상하고 인정 많은 총장이라는 평가도 아울러 받았습니다. 특히 학생들에게 인기가 좋았습니다. 퇴임식 때 학생들이 모금해서 만든 흉상을 선물 받았는데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조 전 총장은 고희를 넘긴 나이임에도 검버섯 하나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화사하고 땡땡한 얼굴을 자랑한다. 게다가 그 연세 어르신들 대부분이 고혈압이나 당뇨병, 고지혈증 등으로 한두 가지 약은 달고 살지만 그는 아직까지 먹는 약이 전혀 없을 정도로 건강하다. 비결이 뭘까.

“건강 비결을 묻는 질문에 건강 비결이 없는 게 그 비결이라고 말합니다. 그래도 굳이 말하자면 아침에 1시간쯤 걷고 집에 러닝머신을 놓고 가볍게 운동하는 정도로 건강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하루 3끼는 골고루 꼬박꼬박 먹는 편이고 잠자리에도 10시쯤에는 드는 등 규칙적인 생활을 합니다. 술은 조금 하지만 담배는 애초부터 전혀 피우지 않았어요.”

조 전 총장은 현재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부의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는 헌법에 명시된 과학기술계 최상위 대통령 자문기구로 대통령이 의장이다. 한국과학기술계의 거물로서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했다.

“제가 봉사할 수 있는 부분이 있으면 지금까지 쌓아온 경험을 필요한 곳에서 쓰고 싶습니다. 재능을 사장(死藏)하는 것은 낭비고, 기회가 주어지면 언제든 봉사할 의향을 갖고 있습니다. 필요하다면 스스로 봉사 영역을 찾을 수도 있지요. 10월 말까지는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활동도 해야 하는데 자문회의 활동도 끝나면 ‘완전한 백수’가 되니까 앞으로 뭘 할지 진지하게 고민해보겠습니다. UNIST의 성장 비하인드 스토리를 책으로 쓰라고 권하는 사람도 있지만, 글쎄요. 글 쓰는 재주가 없어서…(허허).

김도연 기자 kdych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