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기준금리 동결 조치 이후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가 높아지면서 신흥국을 중심으로 자금 이탈이 심화하고 있다. 특히 아시아 주요 신흥국 중에서는 한국의 자금 이탈 규모가 가장 커 갈수록 국내 증시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모습이다.

30일 문화일보가 대신증권에 의뢰해 미국 금리 동결 발표 후 아시아 주요 7개 신흥국 증시의 외국인 자금 동향을 살펴본 결과, 한국의 자금 이탈 규모가 가장 큰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로 금리 동결 발표가 있었던 지난 18일부터 24일까지 5거래일 동안 국내 증시에서는 55억510만 달러의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간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같은 기간 대만 증시에 28억7638만 달러의 외국인 자금이 유입된 것과는 대조적인 흐름이다.

미국의 금리 동결 발표 후 5거래일 동안 필리핀(-32억5470만 달러), 인도네시아(-14억9070만 달러, 18일부터 23일까지 4거래일 기준), 인도(-16억3180만 달러, 18일부터 23일까지 4거래일 기준), 태국(-10억2230만 달러), 베트남(-2483만 달러) 등 다른 아시아 신흥국에서도 대부분 자금이 이탈했지만, 규모가 한국보다 크지는 않았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경기 둔화와 미국의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 국내 기업의 하반기 실적 우려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혼재해 있는 만큼 당분간 외국인들이 부정적인 수급 패턴을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이 한국 증시에서 긍정적인 수급 패턴을 보이려면 국내 기업실적 개선과 중국 경제의 방향이 바뀌어야 한다”며 “특히 10월 초 대규모 정책 부양 패키지가 발표되는지에 따라 한국 증시에서의 외국인 수급 방향도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장병철 기자 jjangbe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