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성북구 정릉 일대의 재개발 사업을 놓고 문화재위원회가 6차례나 불가 판정을 내렸다가 지난 6월 돌연 허가를 내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승인 과정에서 절차적 논란에도 불구하고 문화재위원회 일부 위원이 재개발 사업을 독려했던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신성범(새누리당) 의원이 문화재청으로부터 제출받은 국감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사적 제208호 정릉 일대의 대규모 주택재건축사업을 승인하는 과정에서 법인형태의 조합이 아닌 승인된 지 두 달밖에 되지 않은 ‘조합설립추진위원회’에 재개발 승인을 내줬다.

신 의원 측이 입수한 문화재위원회 회의록을 살펴보면 재개발을 추진하는 조합의 설립 여부가 확실하지 않아 확인이 필요하다는 지적에도 일부 위원이 “이 안이 통과되면 조합을 설립하는 데 훨씬 더 탄력을 받을 것”이라며 재개발의 조속한 추진을 도모한 것으로 드러났다.

문화재위원회 측은 승인 대상은 법으로 제한받지 않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신 의원은 “신청자가 법인형태의 조합이 아닌 불과 두 달 전 승인받은 조합설립추진위원회임에도 8년간 부결시켜 왔던 정릉 개발 건에 대해 승인을 내린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이익집단의 주장에 휘둘려 문화재 보호 의지를 포기했다”고 비판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