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대남정책이 표면상 변화기류를 보이고 있다. 실질적 남북관계 개선의 변화로 이어질지, 힘이 약할 때는 일단 후퇴하면서 유화책을 구사하는 전형적인 통일전선 전술의 일환일지는 더 두고 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표면상 변화기류는 최근 북한 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에서의 인사 단행과 무관치 않다.

대남도발의 책임을 물어 김영철 정찰총국장이나 리영길 총참모장 등 군부 실세를 경질했다는 분석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통일전선부가 득세하면서 보다 전향적인 대남 유화정책을 펼 수 있다는 논리다. 김 제1위원장은 최근 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를 열고 남북 고위당국자 접촉에 대해 긍정적으로 언급하며 앞으로 적극적인 관계 개선에 나설 것을 시사했다.

정부 관계자는 31일 “정기 인사 성격이 컸을 것으로 판단되는데, 누가 해임됐는지 주의 깊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은을 위원장으로 하는 당 중앙군사위원회는 황병서 총정치국장이 제1부위원장, 리영길 총참모장이 부위원장을 맡고, 김원홍 국가안전보위부장 등 10∼15명 정도가 위원을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조직 정비 차원의 인사라면 대남심리전 관련 조직을 신설·확대했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연구전략실장은 “4월 말 처형된 현영철 전 인민무력부장과 올해 총참모부 작전국장에서 물러난 김춘삼 등이 공식 해임되고, 인민무력부 제1부부장으로 임명된 노광철과 총정치국 조직부국장에 임명된 것으로 보이는 조남진 등이 새로 임용되는 식의 인사 정리가 있었을 것 같다”고 분석했다.

통일전선부의 입지가 강화되고 남북 대화에 적극적인 북한의 전술이 민족을 강조하면서 외세 배척을 위해 미군 철수를 주장하는 식의 전형적인 통일전선 전술의 일환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수석 국가안보전략연구원 통일안보실장은 실제 “준전시 상태에서 능력이 부족해 자신의 명령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이들을 경질했을 가능성도 있다”며 “대북 확성기라는 취약점이 드러났기 때문에 이에 대응할 수 있는 대남경계 분야 자리를 신설했을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유현진 기자 cworang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