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심각 중국의 위안화 절하 이후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진 가운데 28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 외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환율과 증시 상황을 점검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동훈 기자 d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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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화 절하한 11일 이후
외인, 韓서 4조 가량 순매도
2위 대만의 2배넘게 떠나

‘차이나 쇼크’가 발생한 뒤 아시아 신흥국 가운데 한국에서 외국인 주식투자 자금이 가장 많이 빠져나간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현금 인출기’로 불렸던 한국이 중국발 금융 불안의 ‘후폭풍’에 휩싸일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8일 문화일보가 대신증권에 의뢰해 중국이 위안화 절하 조치를 단행한 지난 11일부터 26일까지 아시아 신흥국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금의 이탈 규모를 조사한 결과, 한국의 외국인 투자자금 이탈 규모가 가장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의 경우 중국 정부가 위안화 절하 조치를 시행한 11일부터 26일까지 국내 주식시장에서 29억321만 달러(약 3조4300억 원)의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갔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27일에도 국내 주식시장에서 3868억 원어치의 주식을 팔아치웠기 때문에 11일부터 27일까지 계산하면 불과 13거래일 만에 국내 주식시장에서 4조 원에 육박하는 외국인 자금이 이탈했다.

11일부터 26일까지 대만에서는 14억2622만 달러의 자금이 빠져나갔으며, 그 뒤를 이어 △태국(9억8026만 달러)△인도네시아(6억6093만 달러) △필리핀(3억1849만 달러) △베트남(2151만 달러) 등에서 모두 외국인 자금이 이탈했다. 그러나 한국의 외국인 자금 이탈 규모가 다른 아시아 신흥국들보다 압도적으로 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1일부터 27일까지 국내에서 빠져나간 외국인 주식투자 자금뿐만 아니라 8월 들어 국내에서 이탈한 외국인 채권투자 자금(2조6200억 원)까지 고려할 경우 국내 금융시장을 이탈한 외국인 자금의 규모는 더욱 늘어난다. 외국인 투자자의 ‘셀 코리아(Sell Korea)’ 행진이 심상치 않다는 뜻이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은 5일부터 27일까지 16거래일 연속 순매도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투자 자금이 이탈하는 이유는 많지만, 한국이 그동안 기준금리를 1.50%까지 내려 ‘금리 메리트(혜택)’가 거의 사라진 것이 이유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꾸준히 오르면서 원화의 가치가 떨어진 것도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원화로 표시된 자산의 매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이와 함께 한국은 금융시장의 개방도가 높아 세계 경제에 위기 징후가 나타나면 주식이나 채권을 현금으로 바꾸기가 쉽다는 점도 최근 외국인 자금 이탈의 원인 중 하나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최근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가 27일까지 16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경각심을 갖고 모니터링(점검)하고 있다”며 “정부는 그 어느 때보다 높은 긴장감을 갖고 거시경제금융회의, 경제상황점검반 등을 통해 국내외 금융·외환·실물 시장의 동향을 면밀히 분석하고, 필요할 경우 적극적인 대응책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해동·장병철 기자 haed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