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개장한 수도권 A 골프장은 코스를 다 만든 후 오너인 ‘회장님’이 한번 라운드해 보더니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 새로 고쳤다. 다른 설계가를 불러서 설계와 셰이핑을 다시 했던 것. 이로 인해 공사기간도 1년 이상 더 늘어났고, 공사비도 100억 이상이 더 들어갔다. 이처럼 국내 골프장은 ‘오너’의 입김이 많이 들어가는 편이다.

수도권 B 골프장은 당초 클럽하우스를 가장 높은 곳에 배치하려다 ‘외부에서 보인다’, ‘위화감을 조성한다’며 공무원이 심통을 부리는 바람에 코스배치와 어울리지 않게 부지의 가장 낮은 곳에 클럽하우스를 만들었다. 개장 후 골퍼들은 클럽하우스에서 카트를 타고 3∼5분을 가야 1번 홀이 나오는 불편한 코스가 돼 버렸다. 공무원의 과도한 개입이 잦은 설계변경으로 이어져 공사비를 치솟게 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코스 설계가들은 이 같은 원인을 외국에서는 볼 수 없는 한국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문화 때문이라고 말한다. 골프장을 짓는데 공무원은 ‘공공의 적’이 된다. 우선 골프장 인허가 단계부터 거미줄처럼 복잡한 규제 탓에 명품 코스는 그림의 떡이 될 수밖에 없다.

최근 만들어진 국내 골프장들은 하나같이 그린이 800~900㎡로 외국(500㎡)보다 큰 편인데 연간 내장객이 외국의 2만 명보다 3배 이상 많아 그린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카트 도로 옆에 벙커를 안 만드는 것도 국내 골프장만의 트렌드 중 하나. 원활한 경기진행을 위해 카트를 타고 빨리 나갈 수 있도록 한 것. 이 경우 카트 도로 반대편에 벙커를 두는 것도 골퍼들이 돌아가는 시간을 절약하기 위함이다.

또 산악형 골프장이 많다 보니 카트 도로를 숨길 공간도 없고 페어웨이를 넓게 쓰려고 카트 도로를 코스의 일부로 쓰기도 하고, 외국에서는 콘크리트로 도로를 포장하지만 국내에서는 아스팔트 도로가 유독 많다. 이는 계절별 기온 차가 심하고, 눈비로 인해 쉽게 파손되는 것을 막기 위한 고육책이란 설명이다.

최명식 기자 mscho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