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들 “정식 민원 제기”
교장도 성추행혐의 고발당해

서울 서대문구 공립 G고교 교원들의 성추행 사건과 관련해 서울시교육청이 사건을 알고도 묵인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잇달아 제기되고, 교육청은 이를 부인하고 있어 진실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4일 이 학교 S 교장은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성추행 사건에 대해 지난해 2월과 올해 초 두 차례 서울시교육청에 알렸지만 묵인됐다”고 말했다. S 교장은 “지난해 2월 당시 교무부장이었던 A 교사가 강원 속초시로 워크숍을 갔다가 노래방 뒤풀이에서 동료 여교사를 성추행한 사건이 발생한 것을 보고받고 교감 등에게 교육청과 상의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그는 “당시 지시를 받은 교감과 부장 교사들이 교육청 관계자들과 A 교사의 휴직 또는 병가 등에 대해 논의한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S 교장은 “지난 1월 말쯤에도 A 교사의 전보 서류를 교육청에 보낼 때 전보 사유를 기재하는 부분에 성추행 사건 관련 내용을 적었다”고 말했다. A 교사는 속초 성추행 사건 발생 이후 1년 동안 연가나 병가, 휴직 등을 반복하다가 지난 3월에 다른 학교로 전보됐다. 일반적으로 교사는 한 학교에 4, 5년을 근무해야 정기 전보 대상자가 되지만 A 교사의 경우 G고교 근무 2년 만에 비정기 전보됐다. 비정기 전보는 다자녀 양육 교사나 장애 교사의 원거리 출퇴근 문제 해결 등의 사유가 아니면 허가가 되지 않을 정도로 까다롭게 결정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 G고교 학부모들 사이에서 올 초부터 교육청에 이 같은 사실을 수차례 반복적으로 알렸지만 묵살됐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하지만 교육청 측은 “교육청은 피해 여교사가 교육청에 민원을 제기한 지난 7월 14일 성추행 사건에 대해 인지했다”며 “민원 제기 이전에는 성추행 사건에 대해 학교 측으로부터 정식 보고를 받은 바 없다”고 교장과 학부모들의 주장을 반박했다. G고교에서 올린 전보 서류에 대해서도 “인사 관련 서류이지 성추행 사건 보고서가 아니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이 민원을 제기했다는 주장과 관련해서도 “정식 민원이 접수된 기록이 없다”고 말했다.

교육청은 S 교장을 지난 7월 31일 직무유기와 성추행 등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교육청 감사관실은 “교장이 지난해 2월쯤 회식 자리에서 여교사에게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한편 서울시교육청은 G고교에 대한 1차 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가해자로 지목된 교사 5명의 이전 근무지와 전출된 학교 등 5곳을 조사 범위에 포함하기로 했다. 또 교육청은 국가인권위원회, 여성가족부 산하 한국성폭력상담소와 공동으로 교내 성범죄 사건의 근절 대책을 위한 종합대책을 마련해 5일 발표할 예정이다.

정유진 기자 yooji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