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최초로 ‘칠석데이 페스티벌’이 열린 2012년 행사에 참가한 관객들이 얼음으로 만든 탑 옆에서 파티를 즐기며 웃고 있다. 마인드디자인 제공

“밸런타인데이 대항마로…”
‘페북’통해 행사 기획·섭외
가수들이 전통음악 편곡해
공연 등 다채로운 이벤트
최근 ‘사랑歌’ 앨범 발매도
음원수익 20% 기부 계획

“칠석데이를 아시나요? 솔로, 연인 관계없이 우리 전통 사랑의 날에 끝장나게 놀아 봐요!”

전통문화 사회적기업 마인드디자인은 견우와 직녀가 만났다는 칠월칠석(음력 7월 7일) 다음날인 오는 21일 ‘칠석데이 페스티벌’을 서울 마포구 홍대 앞 yes24무브홀에서 개최할 예정이다. ‘칠석데이’는 우리 전통의 칠월칠석 세시풍속을 살려 밸런타인데이와 같은 기념일을 능가하는 전통 사랑의 날을 만들겠다는 기획에서 탄생했다. 이날에는 유명 가수들이 우리나라 전통음악을 편곡한 노래를 직접 부르는 라이브 공연, DJ 파티, 커플매칭 등의 다양한 이벤트가 열린다.


지난 7월 29일 마인드디자인은 대중음악 가수들과 함께 판소리 춘향가 중 ‘사랑가’를 편곡·녹음해서 칠석데이 컴필레이션 앨범 ‘사랑가’(colors of love)를 출시했다. 컴필레이션이란 한 음악가 또는 여러 음악가의 노래를 특정 분류에 따라 모은 음반을 의미한다. 가수 김반장이 앨범의 총괄 프로듀서를 맡았고, 사랑가를 편곡해 호란, 술탄 오브 더 디스코, 킹스턴 루디스카, 신세하 등 가수들과 소리꾼 고준석 등이 저마다의 색깔로 선보였다. 앨범 음원 수익의 20%가량을 시각장애인 관련 단체에 기부할 계획도 세워 뒀다.

마인드디자인은 현대인이 전통문화에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쉽고 재미있게 알리는 ‘전통문화의 대중화’를 목표로 하는 사회적기업이다. 전통문화 유통채널 개발, 전통문화 상품 브랜딩 사업 등을 진행하고 있다. 이 중 ‘칠석데이 페스티벌’은 가장 주력하는 사업이다. 이런 왕성한 활동 덕분에 마인드디자인은 2014년 4월 문화재청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지정됐다. 전통문화를 위해 청년들이 나선다는 점도 참신하지만 일하는 방식도 젊고 색다르다. 행사 기획이나 섭외도 전화나 일대일 면접이 아닌 ‘페이스북’을 통해 이뤄진다. 마인드디자인 직원이 김반장에게 페이스북으로 “칠석데이에 공연을 해달라” 제안을 했고 김반장 역시 페이스북으로 “재밌을 거 같다. 만나 봅시다”고 하면서 성사됐다. 이후 김반장을 통해 다른 가수들 섭외도 진행됐다.

10명의 직원이 모두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이어서 일하는 방식도 젊고 빠르다. 대표, 대리 등 직함이 아니라 이름 뒤에 ‘님’을 붙여 부르며 서로를 존중한다. 6개월에 1번씩 워크숍을 해서 “이런 점은 바꾸자”며 회사 운영과 관련 개선점을 제안하면 즉시 바꾼다. ‘단청 모양의 디자인 상품이 예쁘다’는 아이디어가 나와 채택되면 제작 공정 등에 대한 준비나 사전 지식이 없어도 일단 상품화를 시작한다. 이후 전문가 등을 섭외해 전문성을 보강한다. 기획이나 사업 추진에 제한이 없다 보니 업무량도 많다. 주요 행사를 앞두고는 쉬는 날도 없이 일하지만, 행사 이후에는 ‘휴식’이 예정된 걸 알기 때문에 직원들의 불만이 거의 없다. 또 직원이면 누구나 1년에 한 번 유급으로 한 달 동안 쉬면서 재충전할 수 있는 ‘안식월 제도’를 누릴 수 있다.

채용과정도 자유롭다. 페이스북을 보고 장문의 이메일을 보내 “함께 일하고 싶다”고 한 직원이 현재 이 회사에서 일하고 있다. 열심히 일해 성과를 내면 성과급도 제공된다. 회사 창립 멤버 3명은 인도, 필리핀 등 봉사활동에서 만나 친해진 이들이다.

이주연(27) 문화기획팀장은 “비영리단체처럼 의미를 찾는 곳에서 일하고 싶었고, 문화기획이라는 전공을 살리고 싶었는데 두 가지를 모두 할 수 있는 곳을 찾았다”면서 “이곳이 첫 직장이라 업무적인 경험이 부족해 어려운 점도 많지만, 보람이 크다”고 말했다.

마인드디자인은 이 밖에도 사찰 음식, 불상 업체 등을 소개하는 ‘서울국제불교박람회’나 사회적기업과 관련된 정부 행사 등의 기획을 맡고 있다.

고서정 기자 himsgo@munhwa.com

이미지 크게보기 2012년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의 한 클럽에서 열린 ‘칠석데이 페스티벌’에서 가수 MC 스나이퍼의 노래에 맞춰 관객들이 춤을 추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