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이중주차 경비원 곤욕
“몰래 주차하면 10만원인데”
시민들 형평성 불만 민원도
서울시는 단속 유예 지침

지난 7월 31일 오후 강북구 번동 A 아파트. 이 아파트 장애인전용주차구역 주변으로 이중주차된 차들이 늘어서 있었다. 지하주차장이 없는 아파트 특성상 퇴근 차량이 몰리는 오후 6시 이후로는 이중주차가 불가피해 보였다. 이 아파트 경비원 김형인(67) 씨는 “법률이 개정되면서 장애인전용주차구역 주변에 차를 대거나 물건을 쌓아놓으면 과태료를 부과한다고 하는데 우리 아파트는 어쩔 수 없이 이중주차를 할 수밖에 없다”며 “사실 주변에 어느 정도 차를 대놔야 주차를 방해하는 행위인지 기준이 모호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지난 7월 29일부터‘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일선 단속 현장에서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3일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법률 시행령에 △장애인전용주차구역으로 진입 출입 접근로에 주차하는 행위 △장애인전용주차구역 내와 진입 출입 접근로에 물건 등을 쌓아 주차를 방해하는 행위 △장애인전용주차구역 선과 장애인전용표시 등을 지우거나 훼손하는 행위 등으로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의 주차를 방해했다 적발되면 5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하지만 어느 정도 물건을 쌓아놓거나 이중 주차를 해놔야 주차를 방해하는 것인지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현장에서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일반차량이 장애인 주차구역 안에 주차할 경우 과태료는 10만 원이지만, 주차구역 진입로에 주차했다 적발되면 50만 원의 과태료를 내야 하는 등 형평성 논란도 일고 있다.

실제 서울 노원구청은 지난달 29일 이후 아파트 경비원이나 주민들로부터 걸려오는 민원전화에 시달리고 있다. 노원구청 관계자는 “직접 주차를 하는 것보다 주변에 주차하는 것이 과태료가 더 많이 나오는 것에 대해 오히려 주차 위반을 조장하는 행위가 아니냐고 묻는 전화가 온다”며 “그렇지 않아도 지난달 29일 서울시에서 단속을 유예하라는 메일을 보내왔다”고 설명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법률이 개정됐을 때 주차 방해 부분이 신설됐는데 거기에 맞춰 하위법령을 만들다 보니 형평성이 어긋나게 됐다”며 “기존 법률에 따른 10만 원 부분도 과태료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주차 방해 부분 내용이 추상적이어서 내부적으로도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있다”며 “당분간은 단속을 유예하고 구체적 지침이 만들어지는 대로 각 구청에 통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효목 기자 soarup6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