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을 현실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최고 결정권자’인 신격호(93)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의중에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31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현재 신 총괄회장은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 34층에 자리한 집무실 겸 거처에서 머물고 있다. 장남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장녀 신영자 롯데복지재단 이사장 등이 신 총괄회장을 챙기며 가족 외 접근을 차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는 신 총괄회장의 공개적인 ‘말 한마디’만 나와도 신 전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진실공방’은 쉽게 정리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신 총괄회장이 ‘침묵’으로 일관하면서 양측 공방은 치열해지고 각종 의혹과 설이 난무하는 지경이다. 그룹 안팎에서는 신 총괄회장과 신 회장 간의 불화설이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신 총괄회장이 말을 할 수 없는 상황, 다시 말해 ‘총기(聰氣)가 흐려진 상황’일 수 있다는 설도 퍼지고 있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신 총괄회장에게 옆에서 조언하는 ‘제3의 책사’가 있다는 설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이런 의혹들은 그동안 벌어진 사태와 맞물리면서 더욱 증폭되고 있다. 신 총괄회장은 지난해 말 신 전 부회장의 일본 롯데그룹 내 직위들을 박탈했다. 신 회장은 이어 이달 15일 일본 롯데홀딩스의 경영권을 장악했다. 그러나 신 총괄회장은 27일 갑자기 일본으로 건너가 신 회장과 한국 롯데 주요 임원들의 해임을 지시했다.

이 과정에서 신 총괄회장의 행보는 실제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면이 많다는 게 그룹 안팎의 시각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자신이 해임한 임원에게 ‘잘 부탁한다’고 했을 뿐 아니라 28일 국내로 돌아와 주요 계열사 보고를 받는 과정에서 같은 말을 수차례 반복하는 등 평소답지 않은 행동이 많이 목격됐다”고 전했다.

박선호 기자 shp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