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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포스타일 / 김지영 글. 강경수 그림 / 비룡소 펴냄

자라면서 꼭 알아야 할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 학원들마다 이 과목은 필수라고 외쳐대지만 삶의 지렛대는 좀 다른 곳에 있다. ‘나는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사람’임을 아는 것과 ‘나에게는 친구가 있고 그들은 나를 사랑하고 믿는다’는 사실이다. 이것만 있으면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포기하지 않을 수 있지만 어느 뛰어난 사교육기관도 자존감과 우정을 강습하지는 않는다. 이 더운 여름날도 어린이들이 친구가 부르면 뛰쳐나가는 건 이 험한 세상에서 그들이 가장 간절하게 구하는 것이 바로 그 친구들 속에 있기 때문이다.

‘쥐포스타일’은 우주라도 구할 것처럼 힘찬 기세로 달려가는 네 아이들의 유쾌한 우정 이야기다. 한편으로는 구겨져 있던 네 어린이의 자존감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제목은 달콤 짭짤한 ‘쥐포’로 생각하기 쉽지만 읽어보면 방귀가 인연이 되어 엮인 ‘Gas Four’ 4총사의 약자다.

친한 친구는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탐정만화 중독자 구인내, 아기 때부터 예뻤던 배우 지망생 봉소리, 벌써부터 취업 준비생처럼 공부만 하는 나영재, 식단표가 자기소개서인 먹보 장대범이 ‘G4 스타일’의 주인공이다. 읽다가 코를 쥘 만큼 현란하고 적나라한 방귀 에피소드가 줄줄 터져 나오는 연작동화지만 잘 들여다보면 이들이 원하는 것은 친구의 사랑, 가족의 사랑이다. 걸핏하면 ‘내가 이래서 친구를 안 만드는 거야’라고 투덜대는 자발적 왕따 구인내는 쥐포들의 사연을 추리하고 문제를 해결해주는 과정에서 평생의 우정을 얻고 봉소리는 방귀쟁이 친구들의 응원 덕분에 연기자가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는다.

엄마가 계획한 강제적 책 읽기 프로그램에 질려 책 무덤 속으로 도망가 버린 나영재는 책을 내던지면서 내 맘 알아주는 친구들을 만나고 부피 말고는 아무런 존재감이 없던 장대범은 대범한 방귀로 인기스타가 된다.

이 책은 어린이 심사위원 100명이 직접 최종 심사에 참여하는 ‘스토리킹’ 문학상의 세 번째 수상작이다. 한 어린이 심사위원은 심사평에서 ‘우리들의 고민은 존재감’이라고 말했다. 사랑받고 싶은 아이들 마음을 후련하게 읽어주는 내용이지만 ‘친구든 뭐든 눈 딱 감고 몇 년만 공부’를 초등학생 앞에서도 외치고 있는 이 기이한 세상에 대한 통렬한 비판도 숨어있다. 아이들은 모처럼 실컷 웃겠고 어른들은 몰래 방귀 뀐 사람처럼 부끄러움을 느낄 것이다. 무엇보다 동화는 교훈으로부터 더 자유로워질 권리가 있음을 잘 보여주는 시원한 작품이다.

김지은 어린이 청소년 문학 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