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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성열 / 전국부장

3월 23일 경남지사를 시작으로 지난 4개월 동안 진행해온 문화일보의 광역단체장 릴레이 인터뷰가 내일 충남지사를 끝으로 마무리된다. 최근 선거법 재판 2심에서 당선무효형이 선고돼 취재를 마치고도 기사화하지 못한 대전시장만 빼고는 전국의 17개 광역 지방정부의 ‘소통령’ 전원으로부터 중앙정부와의 관계 재정립, 풀뿌리 행정을 담당하는 지역 목민관으로서의 애환 등 진솔한 고백을 들어볼 수 있었다.

이들 17명 지역 맹주의 개성 넘친 발언은 그동안 시중의 화제가 되기도 했다. “나눌수록 커진다”는 남경필 경기지사의 ‘힘 뺀 스윙론’, “권력은 집중되면 부패한다”며 ‘지방분권형 개헌’을 주장한 이시종 충북지사, 국민 삶과 괴리된 ‘정치의 귀족화’를 경고한 최문순 강원지사 등이 대표적이다. 민선 1∼6기를 관통하며 21년째 단체장을 하고 있는 ‘직업 단체장’ 김관용 경북지사와 전국 최연소 특별·광역시장으로서 1년간 초보운전을 했던 권영진 대구시장 또한 기억에 남았다. 이번 릴레이 인터뷰는 지난해 6월 4일 지방선거에 당선되고 1년을 갓 넘긴 자치단체장들의 중간성적표 매기기란 명분을 내걸었지만, 사실 올해 스무 살 성년이 된 한국 지방자치제도의 현주소를 한번 점검해 보자는 의미가 더 컸다. 우리나라의 지방자치제는 1948년 정부 수립 후 반짝 시행을 거쳐 군부독재 시절 긴 잠을 자다가 1995년 4대 지방선거 동시 실시로 부활했다. 그 이전을 연습기간으로 친다면 본격적인 지방자치 시대는 이제 겨우 한 고비를 넘겼을 뿐이다.

그래서 그런지 단체장들은 하나같이 ‘지방자치는 미완성’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는 중앙 정치권에서 힘깨나 쓰다가 낙향한 거물 낙하산이나, 기초단체장부터 차곡차곡 사다리를 올라온 토박이나 마찬가지였다. 제일 큰 불평은 정부가 지자체에 맡긴 일(위임사무)보다 주는 돈(국고보조금)이 너무 적다는 것. 주민복지를 위해 의무지출해야 할 경직성 예산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결과, 지역의 개성을 반영한 재량 사업 집행은 어려워졌다는 푸념이었다. 이에 따른 해법으로 지방재정 법제도의 일대 정비, 지방의 재정 부담을 유발할 정책을 결정할 때 사전에 지방과 협의토록 하는 중앙·지방협력기구 설치 등이 제시됐다. 돈 문제 다음으로 자치조직권, 국가사무와 지방사무의 재조정 등의 요구도 나왔다. 가장 자주 등장한 단어는 ‘소통’ ‘협치’ ‘연정’이었다. 쓰는 이에 따라 다소 의미는 차이가 있었지만 대체로 좌우, 여야, 민관, 남북 같은 기존의 이분법적 대립과 갈등 구조를 벗어나려는 시도로 보였다. 큰 권력이 작은 권력으로 쪼개지는 네트워크화는 피할 수 없는 시대정신이란 게 이들의 진단이다.

우리나라는 미국의 타운홀 미팅이나 유럽, 일본의 봉건제처럼 오래된 지방자치 전통이 없다. 짧은 20년의 역사에도 불구, 지방의 자치역량은 많이 향상됐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지방정부의 집행부에 비해 입법부는 걸음마 수준이기 때문이다. 대의민주주의의 위기는 지방의회에서 오히려 더 심각하다. 주민들로부터 대표성을 인정받는 기초의회, 광역의회는 드물다. 단체장들의 지방분권론에 전적으로 동의하기 힘든 이유다.

nos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