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 “자료제출땐 백지신탁”

국가정보원 해킹 의혹과 관련해 야당이 주춤하는 모양새다. 국정원이 민간인 사찰 의혹을 전면 부인하는 데다 자체 조사에서도 의혹을 규명할 만한 증거가 나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28일에도 로그파일 원본 등 34건의 자료를 제출할 것을 압박하며 공세를 이어갔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전날 국회 정보위원회의 현안보고에 대해 “국정원이 해킹 사찰 의혹을 셀프 검증하고, 여당이 함께 면죄부를 셀프로 발급해줬다”며 “국정원은 오로지 결백을 강변할 뿐 국민 앞에 진실을 내놓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 원내대표는 “국정원이 민간인 사찰을 강하게 부인했지만 의혹이 남는다”며 “더 이상 객관적 근거 및 자료 제출을 거부하는 건 국회를 능멸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정원의 핵심 자료 제출 거부가 계속되는 한 민간인 사찰 의혹은 해소될 수 없다는 것이다.

야당이 줄기차게 의혹 규명의 선결 조건으로 핵심 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데에는 이외에는 마땅한 방법이 없다는 고민이 깔려 있다. 여야 합의에 따라 여야가 추천하는 외부 전문가와 국정원 실무자 간의 간담회가 진행된다 해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게 야당의 판단이다. 새정치연합 한 관계자는 이날 “청문회에 준하는 현안보고를 하기로 했지만 자료 제출을 강제할 수 있는 방법도 없다”며 “의미 없는 보고만 반복하고 있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한 정보위원은 “노 솔루션(해결책이 없다)”이라고도 했다.

IT 전문가들이 참여하고 있는 당 국민정보지키기위원회의 분석 작업에도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한 관계자는 “다음 주까지는 공개된 400기가 분량의 자료를 최대한 다 본다는 목표를 가지고 분석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면서도 “당장은 어렵더라도 검찰 수사에서 몇 가지 키(key)만 드러나면 (해킹 의혹의) 고리를 풀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안철수 위원장이 직접 나서 국정원의 로그파일 제출 등 3가지 조건이 충족되면 안랩 주식을 백지신탁하고 정보위에 참여하겠다고도 했지만, 국정원은 자료 제출에 대해서는 ‘절대 불가’ 입장이어서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새정치연합 한 관계자는 “객관적으로 뚜렷한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는데 계속해서 기존 방식으로만 밀어붙일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출구 전략’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윤정아 기자 jayo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