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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상화처럼 단순·세련되게…
야자수·해초·꽃무늬의 진화
톤다운 컬러는 출근용으로도

인식의 전환이란 어려운 것 같으면서도, 굉장히 쉽다. 휴양지 ‘아저씨’ 스타일 중 하나로 꼽혔던 꽃무늬 남방, 일명 ‘하와이언 셔츠’는 영화 ‘태양은 없다’(1999)에서 정우성과 이정재가 입고 나오면서 단숨에 ‘멋스러운 옷’으로 신분을 바꿨다. 그러나 알록달록한 색감과 화려한 문양이 주는 약간의 촌스러움은 오랫동안 지워지지 않았고, 인기는 서서히 식어갔다. 하지만 여름만 되면 아련히 떠오른다. 이 트로피컬 패턴(tropical pattern·열대지방의 야자수, 식물, 꽃 등을 조합한 무늬)이 주는 낭만을 어찌 포기하랴. 수채화처럼, 혹은 추상화처럼 세련된 모습으로 변모한 트로피컬 패턴의 마법 속으로 들어가 본다. 야자수와 해초, 그리고 프랑지파니…. 남국(南國)으로 떠나는 패션여행이다.

◇ 꽃무늬는 촌스럽다?… 업그레이드돼 돌아온 ‘프랑지파니’ = 진짜 휴양지라면 과감한 원색도 괜찮다. 그게 아니라면 위, 아래 중 하나만 하자. 알프레드 던힐은 선명하고 눈에 띄는 트로피컬 패턴의 셔츠와 팬츠를 선보였다. ‘여름의 꽃’프랑지파니를 그대로 표현한‘리얼’한 패턴은 언제 어디서나 눈에 띄는 스타일을 연출할 수 있다.

그렇다고 두 아이템을 매치하는 건 금물. 원색의 버뮤다 팬츠를 입었다면, 그 위에는 단정한 피케 셔츠다. 강렬하면서도 경쾌한 분위기다. 도심 속 이브닝 파티나 휴양지에서의 낭만적인 밤에 잘 어울린다.

갭은 수채화를 그린 듯한 야자수 패턴의 티셔츠를 선보였다. 과하지 않으면서도 부드러운 느낌을 준다. 여기에 화이트 버뮤다 팬츠를 매치하면 보기에도 시원하다.

◇ 클래식하게 … 일터에서도 가능한 트로피컬 패턴 = 캐주얼하고 화려하지만, 트로피컬 패턴도 얼마든지 클래식하게 연출할 수 있다. 많은 여성이 남성 옷차림의 이상적 스타일로 꼽는‘댄디’(세련되고 지적임)도 표현할 수 있다. 게다가 테일러드 재킷과 트로피컬 패턴 셔츠는 생각보다 잘 어울린다는 사실. 직장에서도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다.

선명한 블루 컬러 해초 무늬 반바지는 시원한 바닷속을 연상케 한다. 여기에 부드러운 니트를 믹스매치 해보자. 클래식한 매력이 물씬 풍긴다. 캐멀(낙타) 컬러 셔츠와 화이트 팬츠를 매치한 차림은 자칫 가벼워 보일 수 있는데, 무채색 재킷을 걸쳐서 단정하고 깔끔한 스타일로 바뀌었다.

과감하게 넥타이를 해도 괜찮다. 여기에 로퍼만 신으면 당장 출근 가능한 오피스룩이 완성된다. 뜨거운 남국에서 모티프를 얻은 문양이지만, 차분하고 차가운 색상으로 고르면 세련된 스타일을 연출할 수 있다.

◇ 비키니에만? 탱크톱, 스웨트 셔츠, 블라우스까지 … 다양한 여성 아이템 = ‘여신 패션’이라 불리며 수년째 인기를 끌고 있는 긴 맥시 드레스는 트로피컬 패턴이 좋아하는 아이템이다. 그런데 올여름엔 드레스뿐 아니라 스커트, 탱크톱, 스웨트셔츠, 블라우스까지 진출했다.

마르니는 강렬한 노란색 바탕에 빨강, 초록 등의 패턴이 조화를 이룬 원피스를 선보였다. 트로피컬 패턴의 가장 큰 장점인 경쾌함과 화려함을 전면에 내세웠다. 갭은 데님 스타일에 이 패턴을 접목했다. 탱크톱과 치마에 시원한 트로피컬 패턴이 들어가 있고, 살짝 걸친 청재킷이 젊고 현대적인 이미지를 부각시킨다.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사진 = 마르니·갭·알프레드 던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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