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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 시절 윤덕여 감독은 지금의 부드러운 이미지와는 전혀 딴판이었다.

센터백 수비수로 상대 공격수를 절대 놓치지 않는 악착 같은 승부 근성으로 유명했다. 오죽했으면 별명이 ‘코뿔소’였을까. 윤 감독은 또래보다 뒤늦게 축구를 시작했다. 대개 초교 3∼4년에 시작하는 것과 달리, 중 3이 돼서야 볼을 찼다. 늦게 시작한 만큼 남들보다 땀을 곱절로 흘렸다. 새벽에 홀로 연습하고 팀 훈련을 마친 뒤에도 개인훈련을 실시했다.

성균관대를 졸업한 뒤 1984년 한일은행 축구단에 들어갔고 1986년 울산 현대에 입단하며 프로생활을 시작했다. 태극마크를 단 건 1989년이다. 그해 5월 한·일 정기전을 통해 A매치 신고식을 했다. 당시 나이 28세. ‘대기만성’이었다. 그리고 1990 이탈리아월드컵에서 대표팀 일원으로 뛰었다.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 월드컵 무대. 우루과이와의 E조 조별리그(0-1 패)는 잊을 수 없다. 너무 격렬하게 뛰어다닌 탓에 후반에 퇴장당했다.

윤 감독은 “우루과이의 프란시스 콜리라는 선수를 전담 마크했다. 그런데 그 선수가 경기 중에 자꾸 도발을 하는 거다. 그래서 백태클을 했다가 1차 경고를 받고 다시 지연 플레이를 한다는 이유로 2차 경고를 받아 퇴장당했다”며 “참 미안하면서도 아쉬운 순간”이라고 기억했다.

연애하던 시절 지금의 아내가 경기장에서 뛰는 윤 감독을 보고 놀랐던 에피소드도 공개했다. 윤 감독은 “아내가 늘 경기장 밖에서 나를 만나 데이트했는데, 언젠가는 처음으로 내가 경기하는 모습을 봤다. 그런데 깜짝 놀랐다고 했다. 아마도 연애할 때와 경기할 때의 모습이 전혀 달라서 그랬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감독에 대해 평가할 때 또 하나 붙는 수식어는 철저한 자기 관리다. 가장 치열하게 몸싸움을 하는 센터백이면서도 1992년 포항 스틸러스에서 은퇴할 때까지 부상없이 꾸준히 활약했다. 윤 감독은 1993년 포항제철중 감독을 시작으로 일찌감치 지도자의 길로 들어섰다. 1996년 포항 수석코치로, 2001년부터 17세 이하(U-17) 대표팀 감독으로 세계청소년대회에도 참가했다. 2012년 12월 여자축구 대표팀 감독에 선임되기까지 거친 프로팀만 5개나 된다.

윤 감독은 “지도자가 선수를 믿고 선수가 지도자를 믿을 때 경기에서 열정과 헌신을 발휘한다”며 “선수들과 마음이 통하는 그런 지도자로 남고 싶다”고 말했다.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

◇ 프로필

△2015년 6월 국제축구연맹(FIFA) 캐나다 여자월드컵 국가대표팀 감독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여자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2012년 12월 여자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2011년 8월∼2012년 전남 드래곤즈 수석코치 △2011년 6월 전남 드래곤즈 기술분석관 △2010년 1월 대전 시티즌 수석코치 △2005년 12월∼2009년 12월 경남 FC 수석코치 △2004∼2005년 울산 현대 코치 △2003년 7∼12월 U-18 청소년 대표팀 감독 △2001∼2003년 U-17 청소년 대표팀 감독 △2000∼2002년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 △1996∼1999년 포항 스틸러스 수석코치 △1993∼1995년 포항제철중 감독 △1992년 포항 스틸러스 선수 △1986∼1991년 울산 현대 선수 △1984∼1985년 한일은행 축구단 선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