他업무 제쳐놓고 이란에 올인
취임후 최대 외교업적 눈앞
외신 “노벨평화상 안겨줄 것”

이란 핵협상 최종 타결이 가시권에 들어오면서 ‘대화파’ 존 케리(71) 미국 국무장관의 집념과 끈기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최종타결에 성공할 경우 12년 동안 해결을 보지 못했던 이란 핵위기가 풀리는 단초가 마련되고 중동평화에도 한 걸음 다가설 전망이다. 벌써부터 다음 노벨평화상은 케리 국무장관 차지라는 관측이 흘러나오고 있다.

13일 미국에서는 이란 핵협상 타결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제기되면서 오스트리아 빈에 촉각이 집중되고 있다. 이날 오후 케리 국무장관은 빈에서 협상팀을 이끌고 이란과 군사기지 내 핵시설 사찰 등 핵심쟁점을 놓고 막판 담판을 벌였다. 로이터 통신은 미국 동부시간(EST)으로 오후 5시쯤 협상 소식통을 인용해 “이란과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경제제재 철회를 조건으로 핵시설 사찰 문제에 합의했다”는 뉴스를 속보로 전하기도 했다.

케리 국무장관은 그동안 이란 핵협상에 각별한 공을 들였다. 그는 쿠바 국교 정상화를 비롯한 중요 이슈들을 사실상 다른 직원들에게 맡겨 놓고 이란 핵협상에 ‘올인’했다. 지난 5월 31일에는 핵협상 도중 머리를 식히려고 프랑스 시옹지에에서 자전거를 타다가 대퇴부 골절상까지 입었다. 미국으로 급히 귀국한 그는 보스턴의 매사추세츠대에서 수술을 받고 보름 가까이 입원했다. 케리 국무장관은 6월 26일부터는 목발을 짚고 오스트리아로 다시 날아가 핵협상을 진두지휘하는 투혼을 보였다.

현재 케리 국무장관은 ‘협상팀장’ 역할을 하면서 보름 넘도록 이란과 담판을 벌이고 있다. 전 세계의 복잡한 외교 안보 업무를 모두 챙겨야 하는 미국 국무장관이 일선에서 협상에 임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이와 관련 미국의 시사주간지 내셔널저널은 최근 “이란 핵협상은 아마 (타결에 성공하면) 케리 국무장관에게 노벨평화상을 안겨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2004년 미국 대선의 민주당 후보였던 케리 국무장관은 취임 이후 ‘역사적 업적’을 남기길 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중동평화협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방향을 이란 핵협상으로 돌렸다는 관측이다.

2002년 8월 이란의 비밀 우라늄 농축시설 폭로로 시작된 이란 핵위기 역시 13년 만에 해결의 길로 진입하게 된다. 이란의 사실상 의사결정권자인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역시 이번 핵협상의 최대 공로자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이제교 특파원 jk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