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국내 산업계가 하반기에도 대내외 ‘5대 악재’로 경영에 빨간불이 켜졌다. 5대 악재는 중국의 경기둔화, 엔저, 미국 금리 인상, 유로화 약세와 그리스 디폴트(채무상환 불이행) 사태, 정치 리스크(위험)다. 기업들은 지난 6월부터 최근까지 잇따라 전략회의를 열어 위기상황에 대비한 전략을 짜고 미래 먹거리 사업 발굴에도 주력하고 있지만 상황이 그다지 녹록지 않다.

6일 산업계에 따르면 하반기에도 대내외 악재가 우리 기업들의 경영활동을 크게 위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국내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의 성장률 둔화는 가장 우려되는 지점이다. 중국정부가 수출중심에서 내수중심으로 성장전략을 바꾸고 있는 데다 상하이(上海) 증시 붕괴까지 겹쳐 중국의 수입둔화가 장기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기 때문이다. 엔화와 유로화 약세로 세계 시장에서 한국 제품의 가격 경쟁력 약화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그리스 국가부도 사태로 유럽 경제가 침체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유럽경제 침체 여파가 세계 교역 둔화 추세를 심화시키면 우리 수출 전선에 먹구름이 낄 수밖에 없다.

미국 금리 인상도 직접적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있지만 무역 동조성이 높은 신흥국 불안이 전이될 가능성은 상당한 것으로 분석된다. 선거가 없는 해에 정부가 ‘구조개혁 골든타임’을 놓친 상황에서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재계는 벌써 ‘정치 리스크’를 우려하고 있다. ‘반기업’ 정서를 선거에 이용하기 위해 벌써 국정감사를 겨냥한 대기업 총수 증인 채택, 기업 규제 입법 등에 관한 소문이 나돌고 있다.

기업들은 비상이 걸렸다. 지난달부터 글로벌 전략회의를 개최해온 삼성전자는 사업부별 육성 제품의 경쟁력을 끌어 올리고 사물인터넷(IoT)과 기업 간 거래( B2B) 같은 미래 먹거리 사업 발굴과 육성에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수익성 강화에 목표를 둔 LG전자도 최근 전략보고회를 열어 환율 문제로 어려움이 예상되는 TV사업에서 올레드 TV와 슈퍼 울트라 HD TV의 시장 확대라는 ‘듀얼 프리미엄’ 전략과 중·저가 매출도 같이 늘려간다는 전략을 세웠다.

현대기아차도 맞춤형 해외시장전략을 세웠다. 신흥시장은 소형차와 초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 전략 차종의 다양화로 판매를 견인하고 일본 토요타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시장은 수요가 높은 픽업트럭 등에 주력하기로 했다.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은 “응급 환자를 살리기 위해 다양한 치료 방법이 한 번에 동원돼야 하듯 지금 우리 경제 회생을 위해서는 과감하고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며 “정부의 금리 인하, 추경 카드의 조합은 물론 규제 완화, 금융·조세 지원, 한시적인 소비세 인하 등 미시적인 정책이 동시에 고려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방승배 ·이근평기자 bs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