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사퇴’는 전초전… 진짜 大戰은 ‘공천권’ 잡기

이미지 크게보기살살합시다 김무성(왼쪽) 새누리당 대표가 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 비박(비박근혜)계 좌장격인 이재오 의원의 팔등에 손을 얹은 채 함께 들어서고 있다. 김 대표는 유승민 원내대표의 거취를 놓고 친박(친박근혜)계와 비박계 간 갈등을 우려해 회의를 비공개로 진행했다. 김선규 기자 ufokim@

유승민 사퇴 여부·방식이
내년 총선·2017년 대선서
여당 주도권 잡는 판가름

국정 장악하고 레임덕 방지
朴대통령·친박 최대 과제
공천 통해 勢 확대에 총력

국회법 개정안의 위헌 논란으로 촉발된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사퇴 갈등이 결국 내년 4월 국회의원 총선거와 그 이후 집권 여당에 대한 장악력을 염두에 둔 싸움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유 원내대표의 사퇴 시기와 방식은 향후 당내 주도권을 어느 계파가 쥐는지에 영향력을 미치게 되고 이는 곧 내년 총선 공천에서 누가 주도적 역할을 하게 되는지는 물론 당의 정체성과 그에 따른 차기 대선 구도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것이다.

여권의 한 핵심 관계자는 1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유승민 원내대표의 사퇴 문제는 내년 총선에서 어느 쪽이 죽고 사느냐의 문제로 비화할 수 있다”면서 “친박(친박근혜)계와 비박(비박근혜)계가 서로 물러서지 않는 싸움을 벌이는 진짜 이유”라고 밝혔다.

한 친박 성향의 관계자도 “박근혜 대통령은 이번 국회법 위헌 논란과 유 원내대표 사퇴 공방이 유승민 개인의 문제라기보다 국민에 대한 배신 행위를 하는 정치권 전반의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면서 “내년 총선에서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는 사람들도 바꿔 달라는 호소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이번 파동을 계기로 ‘국민만을 바라보겠다’는 자신의 생각을 실행할 신(新) 친박 정치인들이 대거 등용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려는 게 아니냐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이 같은 발언과 해석은 현재 여권 전체를 긴장시키고 있다. 유 원내대표가 청와대와 친박의 요구대로 사퇴하면 현 지도부와 비박 측이 세에서 밀리면서 당 주도권을 상실하게 되고 결국 내년 총선에서 박 대통령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할 수 있다. 역으로 청와대와 친박의 압박이 무력화되면 박 대통령의 당 장악력이 현저히 약화되면서 현 지도부가 자기 구상대로 내년 총선 공천을 할 수 있다.

이와 관련, 한 비박계 재선 의원은 “박 대통령과 친박 주류가 현재 가장 신경 쓰는 대목은 총선 이후 국정 장악력 유지와 레임덕 방지일 것”이라며 “내년 총선 이후에도 박 대통령이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하기 위해선 자기(박 대통령) 세력의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지난해부터 당내 선거에서 비박(비박근혜)계 진영이 연전 연승을 펼친 가운데 최근 박근혜 마케팅이 없던 재·보선에서 새누리당이 완승을 펼치면서 김무성 대표 체제가 탄탄 가도에 들어섰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여기에 유 원내대표가 신보수의 기치를 내걸고 차기 대권 후보 중 한 명으로 부각되자, 위기감을 느낀 청와대와 친박계가 총선 이후를 상상할 수밖에 없었던 게 아니냐는 것이 정치권 전문가들 사이에서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대목이다.

다른 관계자는 “만약 김 대표와 유 원내대표가 내년 총선도 선전하면 그때부터 박 대통령은 바로 레임덕에 돌입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만용 기자 my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