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불참 1일 국회에서 열린 2015년 추가경정예산 관련 당정 협의에서 새누리당 원유철(오른쪽 사진 오른쪽) 정책위 의장과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악수를 하고 있다. 당초 이날 회의를 주재하기로 했다가 불참한 유승민(왼쪽 사진)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회의실로 들어서고 있다. 김선규 기자 ufokim@

“靑·政의 유승민 고사작전”
“劉의 장기전 대비 포석”엇갈려

黨 일각 “劉가 주재하려했는데
최경환쪽에서 틀었다고 들어”

비정상적 당·정·청관계 드러나

최근 거취 논란을 빚고 있는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1일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대응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을 논의하는 당정 협의에 불참하면서 그 이유를 놓고 갖가지 해석이 나온다. 유 원내대표에 대한 사실상의 불신임선언을 한 청와대와 정부가 ‘유승민 고사작전’에 나섰다는 분석이 있는가 하면 거꾸로 유 원내대표 스스로 장기전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청와대 및 정부와의 마찰을 피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어느 쪽이 사실에 가깝든 여당 원내사령탑 부재 속에 진행된 이날 당정 협의는 비정상적인 당·청 관계를 보여주는 단면이라는 평가를 낳았다.

유 원내대표의 당정 협의 불참과 관련해 청와대와 유 원내대표 측은 “정치적인 이유는 없다”며 일단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조해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우리 원내대표는 당헌당규에 있는 대로 중요한 당정 협의는 본인이 주재하지만 일상적인 당정은 정책위 의장이 주재하는 게 맞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렇게 해왔다”면서 “일정 협의 과정에서 일부 혼선이 있어 불필요한 오해나 논란을 낳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도 “(유 원내대표 불참은) 여당과 정부가 논의해서 정리한 것 아니겠느냐”며 청와대와는 무관함을 강조했다.

하지만 이날 당정 협의 일정은 사실상 유 원내대표의 요구에 따라 잡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점에서 이 같은 해명은 다소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유 원내대표는 지난 6월 25일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논의한 당정 협의에서 정부의 메르스 추경안에 대한 보고를 받고 “너무 거시적인 얘기만 하지 말고 미시적으로 고통받는 서민·중산층에 대해 당이, 정부가 해드릴 수 있는 것을 구체적으로 내놔야 한다”고 지적했었다.

새누리당 핵심 관계자는 “그동안 (다른 현안을 다루기 위한) 당정 협의가 다 이뤄지지 않았는데 메르스 추경안을 위한 당정을 안 할 수도 없고, (청와대와 정부가) 유 원내대표가 나오는 건 원하지 않고 하니 이런 일이 벌어진 것 아니겠느냐”며 모종의 정치적 고려가 있었을 것임을 시사했다. 다른 중진 의원은 “원래는 유 원내대표가 주재하려고 했는데 최경환 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 쪽에서 틀었다는 얘기가 들린다”며 “청와대가 신호를 보냈는지 모르겠지만, 친박(친박근혜)계인 최 부총리 쪽에서 ‘어차피 분란만 일으키고 사퇴할 사람 마주 대하기 싫다’는 식으로 비토했다는 말이 나돈다”고 말했다.

오남석·김만용 기자 greente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