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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말종의 끝을 무시무시하게 보여주려 했어요.”

배우 김윤석의 말대로 영화 ‘타짜’(2006년)의 아귀는 저승사자 같은 섬뜩한 느낌을 전한다. 이 영화를 통해 관객에게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킨 그는 “딱 5번 등장하지만 탱고를 추듯이 자연스럽게 해보자는 생각으로 연기했다”며 “기가 막히게 강렬한 캐릭터가 강한 인상을 남기며 터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본격적인 주연급으로 발돋움한 ‘추격자’(2008년)에서 전직 형사 엄중호를 연기하며 자신의 색깔을 선명하게 드러냈다. 비리에 연루돼 경찰 옷을 벗은 엄중호는 자신이 운영하는 안마시술소 직원이 살인마에게 납치된 것을 안 후 집요하게 범인을 추적한다. 바닥 인생을 사는 캐릭터가 김윤석을 만나 가슴 한구석이 따뜻한 인물로 그려졌다.

‘거북이 달린다’(2009년)는 김윤석의 매력이 고스란히 표출된 영화다. 그가 맡은 조필성 역은 어눌한 시골 형사로 자신의 돈을 찾기 위해 탈주범을 쫓는 캐릭터다. 하지만 김윤석 특유의 구수한 연기가 빛을 발하며 영화의 주제인 ‘딸과의 약속을 지키려는 가장’의 모습이 따뜻하게 그려졌다. ‘전우치’(2009)에서 점잖은 악역인 화담 역을 맡은 김윤석은 “악역은 무너질 때 주위에 아무도 남지 않고 철저히 혼자서 무너져 버린다”며 “혼자 외롭게 파멸되어가는 것들이 매력적으로 다가온다”고 밝혔다. 이런 그의 생각은 ‘황해’(2010년)의 조선족 살인청부업자 면정학 캐릭터에도 반영됐다.

이후 ‘완득이’(2011년)에서 제자의 아픔까지 사랑하는 따뜻한 선생님 동주 역을 자연스럽게 소화해낸 그는 자신의 첫 ‘1000만 돌파’ 영화인 ‘도둑들’(2012년)에서는 지능적인 사기꾼 마카오박을 능청스럽게 연기해냈다.

이렇듯 인간적인 캐릭터와 악역을 오가며 연기 폭을 넓혀 온 김윤석은 ‘화이:괴물을 삼킨 아이’(2013년)에서 냉혹한 카리스마를 지닌 석태를 연기한 후 ‘해무’(2014년)에서는 자신의 배를 지키기 위해 광기 어린 행동을 일삼는 선장 철주를 농도 짙은 연기로 표현해냈다.

30일까지 233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는 ‘극비수사’의 공길용 형사는 그가 지금까지 연기한 형사 캐릭터의 종합판이다. 조필성의 어눌함을 바탕에 깔고, 엄중호의 치밀함을 더해 입체적인 캐릭터로 완성됐다.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