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오준호 카이스트 휴머노이드 로봇연구센터 소장이 “특정 분야의 ‘도사급 연구자’들이 많이 나올 수 있으려면 장기적인 연구 평가시스템을 통해 최소 20년 이상 한 분야를 꾸준히 연구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김선규 기자 ufokim@

세계 여러 나라에서 로봇에 관심을 갖는 목적은 다양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정보기술(IT)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이 컸다. 한국 경제가 불과 몇 년 사이에 급부상한 중국 경제에 제조업의 상당 부분을 추월당한 상황에서 간판산업인 자동차, 조선, 반도체, 가전 등을 대체할 성장동력이 필요했다. 그 대체재로 지능형 로봇이 선택된 셈이다.

노무현정부 초기 지금은 해체된 정보통신부가 미래성장동력 사업의 하나로 지능형 서비스 로봇을 지목했다. 당시 진대제 정통부 장관이 일본의 로봇산업을 보고 ‘바로 저것이다’고 무릎을 쳤다고 한다. 하지만 로봇 분야를 정통부가 맡아야할지, 산업자원부에서 가져가야 할지가 ‘뜨거운 감자’로 등장했다. “로봇도 미래성장산업의 하나로 당연히 산자부가 지원해야 한다”는 논리와 “전자, IT 쪽 분야를 왜 산자부에서 맡느냐. 우리가 하겠다”는 정통부의 의견이 정면 충돌했다. 결국 돈은 산자부에서 대고, 주관은 정통부에서 하는 기형적인 모양새가 만들어졌다. 그 후에도 양 부처의 로봇산업을 둘러싼 힘겨루기는 한동안 이어졌다. 2004년 11월 초엔 대통령의 영국 국빈 방문을 앞두고 오준호 교수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엘리자베스궁에서의 국빈 만찬에서 오 교수의 휴보 로봇을 선보일 수 있게 해달라는 요청이었다. 정통부와 산자부가 또 한바탕 서로 “국빈 만찬 때 선보이겠다” “영국 산업기술박람회 부스에 세우겠다”며 난리를 쳤다. 결국 당시 국내 언론에는 한 줄도 안 나왔지만 영국 한 호텔에서 휴보 로봇의 시연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이처럼 휴보를 둘러싼 부처 간 난리통에도 불구하고, 양 부처의 연구지원 사업에 ‘휴머노이드’란 이름 자체가 없다고 한다. 지원금 자체도 거의 없다시피 했지만, 휴보 지원사업은 ‘디지털가전 사업’ ‘성장동력 사업’이라는 공식 프로젝트의 아주 작은 일부분에 불과했다는 게 오 교수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