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오준호 소장이 프로야구 경기에서 시타를 맡은 휴머노이드 로봇 ‘휴보’의 동작을 교정하기 위해 연구실에서 팀원들과 얘기하고 있다.

오준호 교수는 과학자의 길을 천직이라고 생각한다. 초등학생 때부터 기계를 보면 궁금증에 뜯어보지 않고선 잠을 못 잘 정도로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초등학교 1학년인 그에게 ‘꼬마 박사’라는 별명을 붙여주었다. 그 얘기를 들을 때마다 그는 자연과 과학에 대해 더 많이 알아야겠다고 다짐하곤 했다고 한다. 중·고등학교를 거치면서는 취미의 폭이 넓어져 로켓이나 자동차, 배 등을 직접 만들어봤다. 그냥 장난감을 만드는 게 아니라 제주도에 직접 가서 통나무를 깎고, 무전기를 직접 만들어서 진짜 움직이는 배와 자동차 등을 만들어냈다. 고물상을 뒤져서 피스톤으로 움직이는 증기 기관차를 만들기도 했다. 자연스럽게 대학 진학도 연세대 기계공학과로 정했다.

대학 시절 휴교령 등으로 휴강할 때도 많았지만 그는 자동제어시스템과 바이오메카트로닉스, 장치제어 등에 심취했다. 2년 반가량을 원자력연구소에서 근무한 뒤 미국 UC버클리대로 유학을 떠났다. 그곳에서 자동제어 분야를 공부하면서 로봇시스템에 처음으로 눈을 떴다. 1985년부터 카이스트 기계과 교수로 재직하면서도 그의 관심은 시스템 안정화, 센서, 실시간 제어 등 로봇에 관한 것에 집중됐다. 그러던 2000년 어느 날 방송을 통해 사람처럼 생긴 로봇을 처음 본 뒤 쇼크를 받았다. 일본 혼다사의 ‘아시모’ 로봇이었다. 아톰과 같은 로봇이 1950년대 일본에서 만화로 나온 이후 50년이 지난 뒤 실제 인간처럼 걷는 휴머노이드 로봇 아시모가 등장한 것이다.

오 교수는 자신이 전공했던 센서기술, 실시간 제어 등을 놓고 볼 때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료 교수들의 연구비를 끌어모아 5000만 원을 만든 뒤 자신의 첫 번째 로봇 ‘KHR-1’을 만들었고, 또다시 1년 뒤 학교 측의 자유공모 과제에 지원해 연구비를 따낸 뒤 ‘KHR-2’를 만들어냈다. 오 교수는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은 산업 연구가 아닌 기초 연구 분야로 봐야 한다”며 “꾸준한 지원이 있어야 선진국도 아직 주도권을 잡지 못한 분야에서 우리가 주도권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 출생 △대광중·고 졸업 △연세대 기계공학과 학사 및 석사 △UC버클리대 박사 △카이스트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