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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공

LG전자의 스마트폰 G4에 탑재된 카메라로 촬영한 투수 류제국(LG)의 시속 140㎞ 강속구 사진이 최근 화제가 됐다. 류제국이 던진 사진 속의 야구공이 찌그러졌기 때문이다. ‘공기저항’으로 인해 공이 타원형으로 촬영됐다는 등 의견이 분분했다. 결론부터 내리자면 야구공은 찌그러지지 않았다. 송주호 한국스포츠개발원 박사는 “탁구공으로 실험한 적이 있는데, 속이 텅 비고 훨씬 빠른 탁구공이 찌그러지지 않고 날아가는 걸 확인했다”고 밝혔다.

타원형으로 보이는 건 공기저항이 아닌 공의 속도 때문이다. G4의 카메라는 휴대전화에 내장됐으면서도 6000분의 1초의 셔터스피드를 자랑한다. 약 0.000167초 만에 피사체를 찍을 수 있다는 뜻이지만 촬영되는 그 순간에도 공은 움직인다. 시속 140㎞의 공이 6000분의 1초 동안 움직인 거리(0.65㎝)가 찍힌 것이고, 그래서 사진에선 타원형으로 보인다는 얘기다.

실제로 야구공은 무척 단단해 공기저항을 받더라도 찌그러지기 힘들다. 야구공은 코르크, 고무 또는 이와 비슷한 재료로 만든 작은 심에 실을 감고 흰색의 말가죽 또는 소가죽 두 쪽으로 싼다. 실로 가죽을 꿰매야 하므로 야구공은 모두 수제품이라고 보면 된다. 코르크와 가죽 표면의 빨간 솔기(실밥)가 특히 중요하다. 코르크는 공의 탄력과 관련이 깊다. 고무를 사용하다 1910년부터 코르크 심을 넣기 시작했는데, 코르코 공이 본격 사용된 1920년대부터 홈런이 크게 늘었다. 이전까지 29개(1919년 베이브 루스)가 최고였던 홈런은 1920년 54개, 1921년 59개로 폭증했다. 루스의 걸출한 장타력 때문이기도 하지만, 1920년대 루스 외에도 40홈런 이상 타자가 3명이나 등장한 것은 코르크의 영향력을 보여준다.

더 중요한 것은 실밥. 솔기 개수는 108개, 폭은 9.525㎜(16분의 6인치)로 정해져 있다. 실밥이 없다면 투수가 던진 공은 시속 130㎞를 넘기기 힘들다고 한다. 매끈한 편이 공기 저항이 적을 것 같지만, 시속 220㎞ 미만에서는 오히려 공이 거칠어야 저항을 덜 받는다. 실밥으로 인해 공이 날아가면서 표면에 얇은 공기층이 생겨 저항이 줄어든다.

투수가 변화구를 던질 수 있는 것도 실밥 덕택. 변화구의 원리가 축구의 스핀킥과 마찬가지로 ‘마그누스 효과’이기 때문이다. 회전력이 가해진 쪽은 공기 저항으로 압력이 높아지고, 반대쪽은 압력이 낮아진다. 따라서 공은 압력이 낮은 방향으로 휘게 된다. 실밥은 투구할 때 손가락과 공 사이에 마찰력을 높여, 더 강한 회전을 줄 수 있게 돕는다. 표면이 거칠어야 공의 속도나 움직임 면에서 투수에게 유리한 셈. 이에 따라 공에 흠집을 내는 반칙을 하면 즉각 퇴장당하고 10경기 출장 정지 중징계를 받게 된다.

프로야구 경기에서 사용되는 공의 공인 규격은 한국, 미국, 일본이 똑같다. 야구 규칙에 “중량은 141.77∼148.8g(5∼5.25온스), 둘레는 229∼235㎜(9∼9.25인치)로 한다”라고 규정돼 있다. 야구공은 습도에도 민감하다. 습도가 높으면 공이 무거워지고, 낮으면 너무 멀리 날아간다. 메이저리그 콜로라도 로키스 홈구장 쿠어스필드는 해발 1500m 이상 높이에 있다. 기압도 낮고, 습도도 낮은 탓에 홈런이 많이 나와 ‘투수들의 무덤’으로 불렸다. 콜로라도는 공이 일정한 습도를 유지하도록 온도는 21도, 습도는 50%로 유지하는 ‘휴미더’에 공을 보관하면서 다소나마 ‘홈런 공장’ 오명을 벗었다.

한국야구위원회(KBO)의 의뢰를 받아 국내 프로야구 공인구의 반발력 등을 검사하는 국민체육진흥공단 스포츠용품시험소에서도 온도 23도, 습도 50%가 유지되는 곳에 1∼3일 동안 공을 보관했다가 테스트를 시행한다.

김성훈 기자 tarant@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