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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설계할 수 있는 사람은 자기가 속한 공동체의 운명에도 책임 있는 리더십을 보여야 합니다. 이러한 역할의 비결은 긍정적·적극적 사고방식에 있는 것이죠.”

오연천 총장은 저서 ‘대학이 희망이다’에서 삶의 철학을 이렇게 표현했다. 그의 이 같은 자세는 1970년 대학 1학년 시절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자(당시 현대건설 사장)와의 일화에서 잘 나타나 있다. 당시 서울대 교양과정부 학생회장이었던 오 총장은 일면부지였던 정 명예회장을 찾아가 학교 피아노 구입비를 받아내는 데 성공했다. 오 총장은 “당시 무작정 정 회장을 찾아가 학부에 피아노를 사야 하는데 50만 원이 필요하다고 하니, 정 회장께서 대뜸 다른 데서 절반을 구해오면 나머지 절반을 주겠다고 하셨다”며 “이곳저곳을 다니며 30만 원을 구해 정 회장을 다시 찾아갔더니 ‘너 대단한 놈이구나’라면서 25만 원을 주더라”고 당시를 회고했다. 오 총장의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사고방식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미국 유학생활에서의 성실성도 남달랐다. 1975년 행정고시에 합격하고 총무처 공무원 생활을 하다 1977년 뉴욕대로 유학을 떠난 오 총장은 당시 자신보다 6개월 늦게 유학을 온 대학동기 정몽준 전 국회의원에게 ‘나는 뉴욕대 학생회관에서 먹고 자는데 한 달에 200달러면 충분하다’고 한 말이 전해질 정도로 검소하게 생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유학생활 중에도 공무원부터 시작해 뒤늦게 공부를 한 데다, 이에 따른 주변의 시선도 있고 해서 매일 새벽 6시에 일어나 가장 먼저 대학 도서관으로 향했다고 한다. 그는 “뉴욕 도서관 문을 닫는 시간이 새벽 3시인데, 무조건 밤 열두시까지는 공부를 했다”며 “중간에 수업 끝나면 또 도서관에 가고, 그러다 보니까 도서관 수위들이 다 알았고 도서관 꾼들끼리 친구가 되기도 했다”며 38년 전의 열정을 상기했다.

오 총장은 기본적으로 자기 자신을 유지하면서도 남을 이해하고 도와주는 것이야말로 인간 존재의 가장 큰 가치라는 생각을 갖고 항상 배려와 겸허의 리더십을 발휘해왔다. 성공의 정의를 “남을 도와줄 위치에 있고, 도와주고 있는 것”이라고 할 정도다. 그는 이런 가치관을 어릴 적 어머니로부터 영향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어머니는 ‘사내로 태어났으면 남을 도와줄 수 있어야 된다. 스스로 도움을 주면서 배우면 그 사람 마음을 사고, 고마워한다. 그러면 너도 즐거울 것 아니냐’라는 말을 자주 하셨다”고 말했다. 오 총장은 또 “어린 시절 어머니가 집으로 찾아온 거지에게는 밥을 나눠주시면서 당신은 밥이 없어 누룽지를 끓여 드시고는 ‘어려운 사람을 보고 방관하는 것은 죄인이다. 곳간에 쌀이 있는데 왜 나누지 않느냐’고 하시더라”며 당시 일화를 소개했다.

이런 어머니의 나눔 가치관을 어릴 때부터 몸소 체득하고 실천했다. 고교 시절 가정 형편이 어려워 점심을 못 먹는 학우를 위해 어머니가 싸주시는 도시락을 매일같이 전해준 것이다. 오 총장은 “고등학교 때 가방 안에 항상 도시락이 두 개 들어가 무거웠지만, 그 무게를 견디고 친구와 함께 밥을 같이 먹은 것은 정말 즐거운 기억이었다”고 당시를 추억했다.

△1951년 2월 7일 충남 공주 출생 △1970∼1974년 서울대 문리과대학 정치학과 △1977∼1982년 미국 뉴욕대 대학원 석·박사(재정관리) △1975년 제17회 행정고등고시 △1983∼2015년 서울대 교수 △2000∼2004년 서울대 행정대학원 원장 △2010∼2014년 서울대 제25대 총장 △2014 미국 스탠퍼드대 초빙 석좌교수 △2015년 3월 울산대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