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황성준 / 논설위원

최근 예비역 군견(軍犬) 51마리가 명예롭게 전역해 반려견으로 제2의 견생(犬生)을 맞게 됐다. 1954년 공군이 미군으로부터 군견 10마리를 인수하면서 시작된 한국 군견은 현재 1300여 마리에 이른다. 군견 후보생은 일반적으로 생후 3개월짜리 셰퍼드, 말리노이즈, 레트리버(retriever) 종 가운데 엄격한 심사를 거쳐 선발된다. 이들은 약 4개월의 적응 훈련과 8개월의 작전 훈련을 거쳐 실전에 배치된다. 20% 정도가 훈련과정을 통과한다. 과거엔 불합격 판정을 받은 군견 후보들은 안락사시켰다. 안락사 되는 것은 노화로 퇴역한 군견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2013년 동물보호법 개정으로 군견 안락사가 금지됐다. 이에 군수품관리법 시행령을 개정해 지난 4월부터 민간에 분양하기 시작한 것이다.

‘솔비’ 이야기는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13세 레트리버 종인 솔비는 처음 안내견 후보견으로 사회성을 기르기 위해 1년 동안 정모(여·25) 씨 집에서 생활했다. 그 뒤 군견으로 선발돼 탐지견으로 8년간 복무했다. 그런데 솔비를 잊지 못한 정 씨가 백방으로 수소문하던 중, 솔비가 군견이 됐으며 퇴역 후 안락사 된다는 사실을 접하게 된다. 이후 정 씨는 솔비를 분양받기 위해 온갖 노력을 경주했다. 지성이면 감천인가. 드디어 관련 법규 변화로 솔비를 분양받았다. 군견병들은 “10년 기다린 ‘고무신’과의 재회”라며 이들을 축복해 줬다.

군견에겐 계급이 없다. 단지 식별을 위해 견번(犬番)이 있을 뿐이다. 그러나 예외도 있다. 1990년 강원도 양구 제4땅굴 소탕작전에서 지뢰에 몸을 던져 분대원을 구하고 순직한 ‘헌터’는 소위로 추서됐다. 헌터 소위는 제4땅굴 앞에 동상이 되어 지금도 휴전선을 지키고 있다. 헌터는 군견으로선 두 번째로 인헌무공훈장을 받았다. 첫 번째는 1968년 1·21 사태 당시 맹활약한 견번 41번 ‘린틴’이다. 그 밖에도 2007년 이라크 자이툰 부대에서 전사한 폭발물 탐지견 ‘모나드’ 등 수많은 ‘네 발의 전우’가 국군과 생사고락을 함께했다.

예비역 군견을 명예회원으로 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재향군인회 관계자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인간들은 ‘개 같은 X’란 표현을 욕설로 사용한다. 그러나 신문 사회면에 자주 보도되는 패륜적 스토리를 읽다 보면, 그런 욕설이 잘못된 것임을 금방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