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는 그간 국회의원들과 광역단체장 등 정치인들의 편법 정치자금 모금 통로로 지목돼 온 출판기념회를 개선하는 법안들이 논의를 기다리고 있다.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에서 당론으로 발의한 법안,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제출한 의견을 담은 법안 등이 계류 중이지만 국회 정개특위에서는 선거구 획정에 밀려 향후 논의 계획조차 마련하지 못하는 등 뒷전으로 밀려난 상태다. 국회가 출판기념회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감안해 급히 법안을 내는 시늉은 했지만 ‘제 목에 방울 거는’ 법안 처리에는 미적대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26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황영철 새누리당 의원이 대표발의하고 새누리당 의원 대부분이 서명해 지난해 12월 11일 제출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은 출판기념회를 통한 불법적인 정치자금 모금을 제한하고 있다. 대통령과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 지방의회 의원 또는 후보자는 출판물을 판매하거나 입장료 등 대가성 금전을 받는 출판기념회를 개최할 수 없도록 했다. 이는 그간 출판기념회가 사실상 의원이나 단체장들이 자신의 ‘직’을 이용한 ‘영업 행위’의 장으로 악용되거나 자신이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기업이나 공무원들에게 ‘강매’하는 수단으로 변질된 것을 차단하고자 하는 데 따른 것이다.

새정치연합도 새누리당보다 앞선 지난해 2월 24일 출판기념회 개혁 방안을 담은 ‘국회의원윤리실천특별법’을 의원 전원의 명의로 발의했다. 특히 이 법안은 이종걸 새정치연합 원내대표가 대표발의했다. 이 법안은 출판기념회에서는 책을 정가로만 팔아야 하고 수입과 지출은 중앙선관위에 신고하도록 했다. ‘책값’ 명목으로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을 건네는 불법 정치자금 수수의 관행을 없애는 동시에 ‘탈세’에 대한 방지책도 담겨 있는 것이다.

중앙선관위도 정개특위에 출판기념회와 관련해 출판사가 현장에서 정가로 판매하는 저서를 제외하고는 금품을 일절 받을 수 없도록 규정하는 내용의 개정 의견을 제출한 상태다.

하지만 법안을 논의해야 할 정개특위 공직선거법소위에서는 향후 논의 계획조차 확정하지 못한 상태다. 국회 관계자는 “여야가 정개특위에서 선거구 획정 등 차기 총선에만 관심을 갖고 있다”며 “국회의원뿐 아니라 광역단체장 등 지역에서의 출판기념회도 큰 문제가 되고 있는 만큼 시급히 법안을 심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병기 기자 mingm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