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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을 위한 윤리학 / 최훈 지음 / 사월의책

현재 강원대에서 철학을 가르치고 있는 저자는 2012년 ‘철학자의 식탁에서 고기가 사라진 이유’를 출간했다. 그렇다. 저자는 채식주의다.

그리고 동물에 대한 철학적 사고를 넓혀 저자는 10여 년간의 동물 윤리 연구를 종합한 ‘동물을 위한 윤리학’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단순히 육식을 금하라는 주장을 넘어 동물의 ‘도덕적 지위’에 대한 이야기가 담겼다. ‘왜 우리는 동물을 도덕적으로 대해야 하는가?’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 동물에게 도덕적 지위를 부여해 도덕 공동체의 외연을 넓히라고 저자는 충고한다.

그렇다면 도덕적 지위란 무엇일까? 대상을 ‘도덕적으로 의미 있게 고려한다’는 뜻이다. 존엄한 인간을 대상으로 한 인종차별, 성차별 등이 금기시되는 이유다. 피부색과 성이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받는 건 도덕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 개념을 확장해 ‘종(種)차별주의’라는 개념을 꺼내 든다. 인간이 아니라는 이유로 엄연한 생명체인 동물들이 경시돼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동물에게 도덕적 지위를 부여해야 하는 이유 중 하나는 감응력, 즉 고통을 느낄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과 똑같이 고통을 느끼는 동물들을 학대하고 죽이고 먹는 건 용납될 수 없는 행동이라는 것이다. 많은 이들이 애완동물을 키우며 ‘가족’이라 끌어안는다. 그들에게 애완동물을 먹는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애완동물을 기르는 모두가 육식을 반대하는 채식주의자는 아니다. “애완동물과 도축 및 실험용 동물은 다르다”고 대꾸하는 사람들에게 저자는 “보통의 인간과 노예는 다른 종류의 인간이라고 생각했던 수준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꼬집는다.

결국 ‘동물을 위한 윤리학’은 어떤 관점에서는 결국 인간을 위한 윤리학이기도 하다. ‘인간을 위한 정의론’을 ‘인간과 동물 모두를 위한 정의론’으로 확장해야 한다는 존 롤스 등 계약론자들의 주장을 지지하는 저자는 동물을 인간과 같이 도덕적·윤리적으로 대하고 육식을 금하며 채식을 하는 건 단순한 개인의 취향이 아니라 동물에 대한 우리의 의무, 고통을 느끼는 존재인 인간과 동물 모두를 위한 윤리적 의무라고 거듭 강조한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