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산지 경사도 기준이 완화된 후 전원주택단지로 공사 중인 경기 동두천시 동두천동의 한 야산이 절개돼 축대가 쌓여 있으나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듯이 방치돼 있다.

용인시·동두천시·양주시 등
기준완화 조례안 잇따라 추진
환경단체 “산림훼손 부추겨”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권한의 시·도지사 이양을 앞두고, 일부 지방자치단체들이 그린벨트를 포함한 산림보전지역의 산지개발허용 경사도 완화를 시도해 난개발이 우려되고 있다. 원래 그린벨트 취락지구 내 주택과 창고·축사 신축의 불편을 고치려던 규제 완화 취지가 희석될 뿐 아니라, 산사태 등 안전사고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8일 경기도 등에 따르면 용인시는 최근 산지·임야 개발행위 허가 경사도 기준을 기흥구의 경우 17.5도에서 21도, 처인구는 20도에서 25도로 완화하는 개정조례안을 확정했다.

이로 인해 보전관리지역 개발행위 허가 규모도 1000㎡에서 1만㎡로 확대됐다. 용인지역 30여 개 시민사회단체는 이에 “용인시의회가 난개발 조장 이유로 2013년 폐지됐던 개정조례안을 다시 상정해 통과시켰다”며 조례안을 원상 회복시킬 것을 요구했다. 이들 단체는 시의원 주민소환을 준비하는 등 난개발 저지운동을 벌일 예정이다.

경기 동두천시는 산지 개발을 위한 평균 경사도 기준을 20도에서 최고 수준인 25도로 완화하고, 개발행위허가 면적도 3만㎡로 확대하도록 조례를 개정했다.

양주시도 산지 경사도 기준을 18도에서 21도로 완화하는 조례개정안을 마련해 마구잡이 개발허가를 내주는 바람에 장흥면 석현리 일대에 수백 개의 모텔과 펜션이 들어서는 등 몸살을 앓고 있다.

안성시는 산지 경사도 기준을 20도 미만에서 25도 미만으로 완화했다. 강원도 역시 관광 목적을 들어 경사도 25도의 산지전용허가 기준을 완화하는 내용의 건의안을 최근 산림청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대조적으로 경남 사천시는 난개발을 막기 위해 공장입지에 대한 산지 경사도를 18도에서 15도로 강화했다. 경기도 관계자는 “그린벨트 규제 완화가 산지 경사도 등 개발행위 기준까지 푼다는 의미는 아니다”며 “지자체가 보완책 없이 보전산지 개발행위기준을 무분별하게 완화할 경우, 산사태 등 대형재난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의정부 = 글·사진 오명근 기자 omk@munhwa.com, 전국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