洪처럼 ‘회유시도’ 의혹
이르면 다음주 李 소환

홍문종·서병수 등 6명은
목격자 등 확보못해 난항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자살한 지 한 달 만인 8일, 성 전 회장이 남긴 메모에 등장하는 인물 중 홍준표 경남지사가 처음으로 소환되면서 ‘성완종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나머지 여권 핵심 7명에 대한 수사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검찰 안팎에서는 이완구 전 국무총리가 다음 소환자가 될 것이라는 전망에 이견이 없다. ‘성완종 리스트’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대전지검장)이 이 전 총리의 3000만 원 금품 수수 의혹을 둘러싸고 주변 인물들에 대한 참고인 조사를 상당 부분 진행했고, 이 과정에서 검찰은 누차 “(홍 지사와 이 전 총리라는) 2개의 기둥을 세우고 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게다가 홍 지사 측과 마찬가지로 금품 수수 정황을 뒷받침해줄 인물들에 대해 이 전 총리 측이 회유를 시도한 의혹까지 불거져 소환을 더 늦추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은 조직적으로 회유를 시도했다면 증거 인멸로 볼 수 있다고 판단하고, 이르면 다음 주말쯤 이 전 총리를 소환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6명에 대한 수사는 크게 지난 2012년 대선자금에 대한 수사(서병수 부산시장, 유정복 인천시장, 홍문종 새누리당 국회의원)와 박근혜 대통령의 전·현직 비서실장에 대한 수사(김기춘·허태열 전 비서실장, 이병기 비서실장)로 나뉜다.

◇2012 대선자금 수사 단서 포착= 대선자금 수사는 홍 지사나 이 전 총리와 달리 전달자나 목격자가 현재로썬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에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대선을 앞두고 성 전 회장의 ‘금고지기’로 알려진 한모(50) 경남기업 부사장이 “2억 원을 만들어 성 전 회장에게 전달했다”는 진술을 토대로 검찰은 관련 자금의 흐름을 추적하고 있다. 홍 의원과 서 시장은 이 돈의 종착지로 의심받고 있는 상황이다. 성 전 회장이 마지막 언론 인터뷰를 통해 박근혜 캠프 조직총괄본부장을 맡았던 홍 의원에게 2억 원을 줬다고 주장했고, 대선 당시 사무총장과 당무조정본부장을 맡았던 서 시장은 성 전 회장이 남긴 메모에 ‘2억 원’으로 적혀 있다. 메모에 3억 원으로 기재된 유 시장은 직능총괄본부장을 맡았다.

◇전·현 비서실장 수사 난항= 박 대통령의 전·현 비서실장에 대한 수사는 공소시효 등 걸림돌이 많다. 김 전 실장이 10만 달러를 수수한 의혹을 받고 있는 2006년 9월은 뇌물죄나 정치자금법 등을 적용해도 공소시효가 만료된 상황이다. 이 실장의 경우 메모에는 이름만 등장하고 시기나 액수가 특정되지 않았다. 다만 2007년 대선 후보 경선을 앞두고 당시 캠프 본부장을 맡았던 허 전 실장에게 줬다는 7억 원에 대해서는 대가성이나 직무 관련성이 인정된다면 공소시효가 10년이기 때문에 수사가 가능하다. 입증이 쉽진 않지만 2007년은 5만 원권 지폐가 발행되기 전이었기 때문에 7억 원이라는 거액이 현금으로 건네졌다면 전달자나 목격자가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김동하 기자 kdhah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