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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g당 타우린, 오징어 5배
간 해독·피로해소 기능 외에
뇌·심혈관 계통 등에도 유익
혈압 낮춰 주고 뇌졸중 예방
장어 능가하는 스태미나식품

필수아미노산·비타민B 풍부
신진대사 돕고 스트레스 완화

주꾸미가 제철이다. 주꾸미는 쫄깃한 살맛도 일품이지만 이맘때면 먹통에 밥알처럼 꽉 찬 알을 먹는 재미도 쏠쏠하다. 밥알 때문인지 일본인들은 ‘밥알이 든 낙지’라는 뜻의 ‘이이다코(반소·飯소)’라고도 부른다. 한국에서는 주꾸미에 대해 정약전이 자산어보에서 ‘죽금어(竹今魚)라고 부른다’라고 썼는데 그 죽금어가 세월이 흐르면서 주꾸미로 정착된 것으로 보여진다.

그동안 ‘봄 주꾸미, 가을 낙지’라며 계절을 대표하는 진미 정도로만 여겨졌던 주꾸미가 건강식으로도 최근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특히 주꾸미의 여러 성분 중 주목받는 것이 타우린이다. 타우린의 대명사로 알려진 오징어의 경우 100g당 타우린 함량은 327㎎이다. 그런데 주꾸미 100g당 타우린 함량은 무려 1597㎎으로 거의 5배에 이른다.

타우린은 1827년 독일의 티데만(Tiedemann)과 그멜린(Gmellin) 박사가 소의 담즙으로부터 분리해낸 것으로 식물에는 거의 들어 있지 않지만 동물에는 하등동물에서 고등동물에 이르기까지 널리 분포돼 있다. 사람과 포유동물의 경우 주요 장기, 이를테면 심장, 뇌, 간 등에 다량으로 함유돼 있다.

그동안 타우린의 효능으로 가장 많이 거론된 것이 피로해소제로서의 역할이다. 실제로 타우린은 피로해소제나 자양강장제 등 드링크 제품의 주성분이다. 이 같은 효능은 간 해독기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타우린 성분은 간의 콜레스테롤을 담즙산 형태로 배설하게 해 알코올을 분해하느라 과로한 간의 부담을 줄여준다.

그런데 최근 타우린이 뇌나 심혈관 계통에도 유익하다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특히 치매와 관련해 주목할 만한 연구결과가 나왔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얼마전 타우린이 뇌에서 알츠하이머병 원인물질인 베타아밀로이드를 조절하고 인지기능을 담당하는 뇌 신경교세포를 활성화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생쥐에 타우린을 섭취하게 한 후 뇌기능 변화를 관찰한 결과, 정상보다 50% 정도 떨어졌던 생쥐의 인지기능이 일정 기간이 지나자 정상 수준으로 회복되는 것을 확인했다. 또 알츠하이머병이 진행되면 나타나는 증상인 대뇌의 피질 염증이 줄어들었고, 뇌의 해마 부위에서 나오는 알츠하이머 원인 단백질로 알려진 베타아밀로이드 양도 감소했다.

타우린이 뇌나 심혈관 질환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에 대한 연구는 그외에도 많다. 그에 따르면 타우린은 뇌의 교감신경에 대한 억제작용을 하며 혈압을 낮춰 주고, 뇌졸중도 예방해 준다. 또 심장 박동 조절에도 관여해 부정맥이나 심부전에도 유효하다.

주꾸미에는 타우린 말고도 몸에 좋은 아미노산이 많다. 특히 이소루신, 루신, 라이신, 메티오닌, 페닐알라닌, 트레오닌, 트립토판, 발린 등 반드시 식품을 통해서 섭취해야만 하는 8대 필수아미노산이 풍부하게 들어있다. 또 간에 축적된 아세트알데히드를 해독하는 데 뛰어난 효능을 지닌 알라닌, 아스파르트산, 글리신 등의 아미노산도 많이 들어 있다. 이와 함께 정력에 좋다고 알려진 아르기닌 성분은 오히려 장어보다도 더 많이 함유하고 있다. 장어 100g당 아르기닌 함량은 1068㎎이고 주꾸미 100g당 아르기닌 함량은 1549㎎이다.(표 참조)

또 주꾸미에는 몸의 신진대사를 돕는 비타민B 복합체도 풍부하게 들어있다. 비타민B1은 질병 회복기나 수술 직후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경우 권해지는 비타민이며 비타민B2는 피부, 손발톱, 머리카락의 건강에 관여한다. 비타민B3로도 불리는 니아신은 탄수화물과 대사에 꼭 필요한 성분으로 없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한편 주꾸미에 들어 있는 먹물에는 항종양 성분인 일렉신 등 뮤코다당류가 포함돼 있으며, 일렉신이 암세포의 증식을 막아주는 항암효과와 함께 위액의 분비를 촉진해 소화에 도움을 준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주꾸미와 궁합이 잘 맞는 식품으로는 돼지고기가 많이 거론된다. 돼지고기는 지방과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반면 주꾸미는 체내 콜레스테롤 수치를 내려주는 타우린을 다량 함유하고 있어 돼지고기의 그 같은 단점을 어느 정도 보완해 준다.

글 =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

사진 = 김호웅 기자 diver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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