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수헬기로 시장성 잡고… 무장헬기로 北전차 잡고

산자부, 민수헬기에 9500억원
방사청,무장헬기에 6926억원
이달부터 개발 프로젝트 돌입
성공땐 300대 이상 수출 전망

소형민수헬기(LCH·Light Civil Helicopter)와 소형무장헬기(LAH·Light Armed Helicopter)를 국제공동사업으로 개발하는 민군(民軍)겸용 소형헬기사업이 이르면 5월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간다. 민군 겸영사업인 이번 프로젝트의 예산은 모두 1조6426억 원. 방위사업청이 주관하는 1만파운드급(4.5t) LAH 개발에 6926억 원, 산업통상자원부가 주관하는 LCH 개발에 9500억 원이 각각 투입된다.

소형헬기 사업이 본격 추진된 계기는 육군이 우여곡절 끝에 대형공격헬기를 미국 보잉사에서 수입하기로 결정하면서부터다. 대형공격헬기로 아파치가디언(AH-64E) 36대를 1조8000억 원을 들여 수입하기로 했다.

당초 중대형급 한국형 공격헬기(KAH) 사업이 추진되다 500MD, AH-1S 코브라 등 육군의 1세대 공격헬기를 대체할 국산 경(輕)무장 소형헬기를 2022년까지 개발, 214대를 양산하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이마저 경제효율성을 감안하고 민수헬기(LCH) 시장을 고려해 소형무장헬기(LAH)와 함께 추진하는 민군겸용 연계개발 사업으로 전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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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신형 헬기 개발에 나서게 된 것은 2000년대 초부터 시작된 심각한 육군 항공 전력 공백 때문이다. 현재 군은 70여 대의 코브라 공격헬기를 전력 배치하고 있지만 도입된 지 20년이 넘어 노후화되고 야간임무에 많은 제약을 받아온 데다 부속을 구하기 어려워 훈련조차 제대로 소화하기 힘든 형편이다. 1976∼1984년 대한항공이 면허 생산한 500MD는 기체 대부분의 수명주기가 다가오고 있다.

◇소형무장헬기와 대형공격헬기 역할 분담 = 소형무장헬기는 북한 전차 무력화에 집중된다. 헬기 국산개발은 한국형 기동헬기 수리온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수리온 사업을 통해 축적한 기술로 민수헬기를 먼저 만든 뒤 이를 토대로 공격헬기를 개발하면 수출 등 경제성이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214대가 전력화할 예정인 소형무장헬기는 8㎞ 떨어진 적 전차를 파괴할 수 있는 헬파이어 대전차 미사일과 20㎜ 기관포 등으로 무장하게 되며 2022년 개발완료 이후 양산에 돌입하게 된다. 소형무장헬기는 전투효율성과 생존성 향상을 위해 다양한 임무장비와 무장을 장착해야 하는 기술적 한계를 극복하는 게 관건으로 평가된다. 소형이라 장시간 작전에 필요한 무장과 연료를 탑재할 수 없는 데다 산악지형이 많은 한반도에서는 심한 계곡풍으로 인해 안전성이 크게 제한되기 때문이다.

반면, 대형공격헬기는 ‘탱크킬러’로 불리는 아파치가디언을 수입해 임무를 맡기기로 했다. 북한군 기갑전력과 공기부양정을 이용한 특수부대의 수도권 위협을 제거하는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육군의 ‘하이-로(High-Low)’ 믹스 개념에 따른 것이다. 국방부는 앞으로 육군이 보유하고 있는 노후 MD 500 정찰 및 공격 헬기를 무인화해 최신예 아파치와 짝을 이뤄 무인-유인 헬기 공격조로 활약하는 사업도 추진키로 했다.

◇민수와 군용, 두 마리 토끼 잡기 = 민수헬기와 무장헬기를 차례로 개발하는 소형헬기사업은 두 마리 토끼 잡기에 비유된다. 적은 비용으로 헬기 핵심기술까지 독자적으로 확보하는 사업이 성공할 경우 민간 수출 시장과 육군 헬기전력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는 의미다. 정부는 잘만 만들면 민수헬기 300대 이상을 수출할 수 있다고 낙관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방사청의 우선협상대상업체로 선정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유럽 에어버스 헬리콥터스(AH)의 기존 소형 헬기 모델인 EC-155B1의 플랫폼을 기반으로 민수용을 국제공동사업으로 먼저 개발하고 여기에 무장·사격통제 장치를 탑재한 소형무장헬기를 개발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KAI 김성필 차장은 6일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1960년대 구형 4세대 전투기인 F-16이 리모델링과 첨단장비 장착을 통해 4.5세대 전투기로 진화한 데서 보듯 구형인 EC-155 플랫폼을 기반으로 최신장비를 탑재해 미래형 헬기를 개발하려 한다”고 밝혔다. 김 차장은 “KAI의 수리온 개발 경험과 독자기술 추가 확보를 통해 경쟁력 있는 차세대 한국형 헬기 개발은 가능하다”고 말했다.

정충신 기자 csju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