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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하 / 순천향대 교수·금융보험학

국회에 설치됐던 공무원연금개혁특별위원회 시한이 이제 이틀 남았다. 그동안 국민대타협기구와 실무기구 등을 통해 가입자 단체 등의 의견을 수렴해 왔으나 아직은 합의 수준에 이르지 못한 상태이고, 기한 내 법안 처리 여부도 불투명하지만 대타협의 여지는 충분히 있다.

현시점에서 가장 큰 쟁점이 되고 있는 것은 연금지급률과 기여부담률이다. 정부는 1.7% 연금지급률과 9.5%의 기여부담률을 제시하고 있는 반면, 공무원 단체는 1.79% 연금지급률과 9.0(8.5)%의 기여부담률을 주장하고 있다. 양자 간의 거리는 많이 좁아졌지만 여전히 간격은 있고, 게다가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또 다른 암초가 노출되고 있다.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과 공무원 단체가 공무원연금 개혁에 따른 절감분 일부를 공적연금 기능 강화와 사각지대 해소에 사용한다는 보장을 하지 않으면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공무원연금 개혁을 반대하는 입장에서, 공무원연금 지출 증가에 따른 부담을 안아야 하는 국민에 대해 명분을 확보하고자 하는 뜻은 이해된다. 그러나 공무원연금 개혁의 이유는 국가 재정이 넉넉지 않은 상황에서 공무원연금에 대한 국고 보전을 가능한 한 축소하는 데 있다. 공무원연금 개혁을 국민연금 기능 강화와 직접 연계하는 주장은 자칫 연금 개혁을 반대하고 지연시키려는 공무원 단체의 전술로 오해받을 소지가 있다.

연금 개혁은 궁극적으로 공무원연금의 지속 가능성을 제고하는 데 있다. 너무 늦은 개혁으로 인해 공무원연금 수준을 대폭 삭감했음에도 공무원에 대한 연금은 물론 봉급도 주지 못할 수 있는 재정 위기에 빠진 그리스 사태를 강 건너 불구경하듯이 볼 일은 아니다. 평균 수명은 선진국 수준이나 심각한 저출산으로 일본을 제치고 세계 제일의 초고령국가 진입이 거의 확실한 우리나라는 이미 저성장 국면에 들어가고 있다. 이러한 미래에 대비해 국민연금은 1998년과 2007년의 두 차례의 개혁으로 연금 급여 수준이 이미 43%나 삭감됐다. 소득 보장 대책이 충분하지 않은 노인 어르신을 위해 지난해 만들어진 기초연금도 월 20만 원 수준에 머물 수밖에 없는 재정적 현실이 있다.

현재보다 더 많이 부담하고 더 적게 받는 연금 개혁은 공무원의 입장에서 볼 때, 노후 생활 설계를 다시 해야 함은 물론 씀씀이도 줄여야 하는 불안감이 분명히 있다.더욱이 이번 개혁에는 연금수급 개시 연령을 단계적으로 65세로 전환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고, 이미 연금을 수급하는 사람에게도 부담이 되는 내용이 있다는 점에서 희생을 강요받는 공무원에 대한 이해와 함께 적절한 보완책도 필요하다. 공무원이라는 이유로 오히려 지나치게 불리한 제약은 없는지도 세심하게 따져보고 개선할 것은 개선해야 한다.

그렇지만 공무원의 반대를 너무 지나치게 의식해 연금 개혁을 시늉만 하고 끝내는 것은 공무원에게도 바람직하지 않다. 이번 개혁 과정에서의 갈등과 불신으로 국민과 공무원 모두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러한 전철을 밟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도 최소한 향후 30년 이상은 큰 손질 없이 공무원연금 제도가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 정도로 개혁해야 한다. 이번 개혁이 성공한다면, 공무원 단체가 참여하는 대타협기구를 통해 갈등을 조정하는 사회적 합의 모델이 우리나라에서도 가능함을 보여주는 전례가 된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 여야가 약속한, 남은 이틀 동안 대승적 차원에서 양보와 이해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