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0년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에서의 충돌 이후 극단으로 치달았던 중·일관계가 22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중·일 정상회담 후 보인 양국 정상들의 표정이 온화해지는 등 개선의 분위기를 보이고 있긴 하나, 마냥 긍정적이지만은 않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제기됐다. 언제 다시 충돌할지 모르는 중·일 간의 일시적인 화해모드를 꾸준히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아산플래넘 2015’ 중·일관계 세션에 참석한 보니 글레이저 미국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연구원은 29일 “중·일관계가 긍정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며 “미·일관계 개선은 양국이 중국을 적대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중·일관계의 개선을 불러온다는 점에서 긍정적 요인”이라고 주장했다. 글레이저 연구원은 미·일동맹의 역할은 일본을 지원하는 것보다 중·일 간 충돌을 방지, (동북아 지역 내) 평화를 유지하는 데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글레이저 연구원은 또 “미국이 ‘중립적’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 속에서 중·일 양국 모두에 위기관리를 압박하고 양국을 중개하려 한다는 점에서 미국의 역할은 ‘긍정적’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토 요이치(加藤洋一) 아사히(朝日) 신문 기자 역시 미·일동맹의 긍정적 역할에 대해 인정하며 “9월에 있을 자민당 총재 선거 등을 의식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전략과 일본과의 협력을 통해 경제발전을 꾀해야 하는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입장, 미국의 중재 등으로 중·일관계는 개선될 여지가 충분하다”고 내다봤다. 다만 첸핑(陳平) 환추스바오(環球時報) 영문판 편집장은 “지난해 일본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이 240만 명에 달하는 등 중·일 간 관계 개선의 신호가 나오고 있다”면서도 “일본의 평화헌법 개정 시도나 영해 분쟁 등은 단기간에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고 말했다.

한편 김흥규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 소장은 중·일 간 관계 개선 분위기를 인정하면서도 그 동력은 약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중국의 대외정책 방향을 ‘동관(東管)·서진(西進)·남개(南開)·북화(北和)’로 전망한 김 소장은 “향후 중국은 일본과는 관계를 개선하기보다 관리하고, 대신 서쪽으로 외교 저변을 넓힐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리안 기자 knr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