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는 잦은 TV 출연에 대해 “된장찌개만 잘 만들어 팔아도 성공하면 ‘요리 전문가’로 TV에 나올 수 있다는 것을 어려운 처지에서 한식당 운영하시는 분들에게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호웅 기자 diverkim@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

백종원(49) 대표는 요즘 누구보다도 바쁘다. 이에 대해 많은 사람이 ‘방송 출연’ 때문일 것이라고 지레짐작한다. 여기에는 그가 15세 연하의 연예인 소유진의 남편인 점도 한몫한다. 그러나 그가 정작 바쁜 이유는 국내외에 수많은 브랜드와 점포를 거느리고 있는 외식업체 ㈜더본코리아의 대표이기 때문이다.

그는 요즘 대부분의 시간을 새로운 메뉴 개발과 연구로 보내고 있다. 지난 23일 서울 강남구 봉은사로의 더본코리아 본사에서 만났을 때도 그는 조리복 차림이었다.

“방송하며 구설수에도 종종 오르고 있습니다. 방송은 하면서 언론 인터뷰 자리에는 잘 안 나온다고 지적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그러나 제가 방송을 하는 이유는 유명 셰프들이 점령하고 있는 방송에 저처럼 저렴한 가격의 된장찌개 팔고, 보쌈 팔고, 짬뽕 파는 사람도 나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서민적인 한식을 파는 사람도 잘하면 이렇게 성공할 수 있다는 것도 알려주고 싶었고요.”

백 대표는 본인을 겸손하게 표현했지만 외식 업계에서 그는 차세대 글로벌 외식 경영주로 주목받고 있다. 1993년 ‘원조쌈밥집’을 오픈해 국제통화기금(IMF)사태를 맞아 한차례 고전도 했지만 20여년이 지난 2015년 4월 현재 공정거래위 등록 기준 36개의 브랜드로 국내 602개점, 해외 49개점의 점포망을 구축했다.

㈜더본코리아(www.theborn.co.kr)의 설립에 이어 ㈜더본차이나, 더본아메리카, 더본재팬의 대표이사로 요리와 경영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성공했다.

백 대표가 외식업과 인연을 맺은 것은 군대를 제대하고 우연한 계기에 의해서였다. 인테리어 사업을 시작한 그가 어느 날 점심시간에 사무실 인근 부동산에 들렀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어디 식당 할 만한 자리 없어요”라고 물었더니 부동산 주인이 덜컥 매물을 소개했다. 턱없이 낮은 가격을 부른 그에게 식당 주인이 떠맡기다시피 식당을 맡겼고, 이렇게 해서 더본코리아의 첫 외식 브랜드이자 대패 삼겹살로 유명한 ‘원조쌈밥집’이 탄생했다. 한때 건축업에 손댔다가 IMF 사태를 맞아 17억 원의 빚만 지고 실패했지만 특유의 뚝심으로 원조쌈밥집 운영에 다시 매달려 사업 발판을 마련했다. 이어서 현대식 포장마차인 ‘한신포차’가 히트했고 ‘7분 돼지김치’(7분 동안 기다리도록 타이머를 설치)로 유명한 ‘새마을식당’과 ‘해물떡찜0410’ ‘홍콩반점0410’ ‘본가’ 등이 계속 대박을 터뜨렸다. 사실 그가 외식업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군 생활과도 무관치 않다.

“먹고 음식 만드는 것을 학창 시절부터 좋아했어요. 군에 입대해 학사장교로 근무하면서도 간부 식당 관리를 맡은 부사관과 보직을 바꿔 생활했지요. 부대 장군이 특히 제 요리 맛에 반해 지원을 아끼지 않으셨어요. 저도 그 장군을 위해 군부대 밖의 음식점을 찾아다니며 요리법을 배워오곤 했습니다. 동기들은 제게 ‘만능요리사’라며 ‘먹가이버’란 별명도 붙여 주었죠.”

그런데 한 가지 특이한 사실은 더본코리아의 브랜드는 여러 가지여도 분명한 사실은 모두 한식 메뉴라는 점이다. 그래서 그런지 백 대표는 요즘 한식 세계화에 관심이 많다.

“오늘 이렇게 인터뷰에 응한 것은 요즘 많은 곳에서 회자되고 있는 한식 세계화에 대해 할 말이 많기 때문입니다. 현재 추진하는 한식 세계화 방식을 수정해야 합니다. 한국 식당이 전 세계에 많이 들어선다고 한식이 세계화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궁중 음식이 아닌 일상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한식 레시피를 많이 전파해야 합니다. 중국 현지에서 비록 정통은 아니더라도 한족 조리사가 한 요리를 맛보고 큰 아이들이 종국에는 한식 팬이 됩니다. 마치 저렴한 동네 피자를 먹고 차차 그 입맛에 길든 우리 아이들이 후일 성장해서 이탈리아 음식 팬이 되는 것이나 마찬가지죠.”

한식과 관련, 백 대표가 특히 신경 쓰는 부분이 가격이다. 그는 “한국의 음식값이 아직 너무 비싸다”며 “도쿄에서는 샐러리맨들이 점심시간에 후딱 해치우는 규동(쇠고기덮밥)을 280엔(약 3000원)에 먹을 수 있는데 우리나라에선 웬만한 찌개 하나에 7000원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여기에 무서운 진실이 숨겨져 있어요. 어느 나라건 외식 시장에서 자국의 음식을 지켜나가기 위해선 비싼 돈을 지불하는 저녁식사 시장에서는 상관이 없지만 일상적으로 끼니를 때우는 아침이나 점심 식단에서 밀리면 안 돼요. 아직은 일본 브랜드들이 많이 들어오지 않았어도 한국인들이 요즘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일본식 우동이나 라멘, 덮밥, 카레점 등을 통해 입맛을 길들이면 서서히 밀려들기 시작할 겁니다. 선진화된 물류시스템에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들고요.”

백 대표는 “자국시장을 지키면서 우리 자영업자들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한식 세계화에 좀 더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한식의 매력은 숙성된 맛입니다. 외국에서는 식재료를 끓이거나 섞으면 조리가 끝나지만 한식은 며칠 지난 후라야 제맛이 살아납니다. 또 혀를 바로 자극하는 맛은 아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자꾸 찾게 되는 맛입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이처럼 좋은 음식에 대한 레시피를 전파하고, 한식의 주요 잠재고객인 한족 요리 지망생들을 데려다 교육시킬 필요도 있습니다.”

또 그는 한식 요리사의 적극적인 양성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요리사를 꿈꾸는 젊은이들이 대부분 서양요리에 더 큰 관심을 보이고 있어요. 요즘 사회가 한식의 비전에 대한 밑그림을 그려 주지 못하기 때문인데요. 단순히 해외에 한식당을 차리는 데 필요한 금전적 지원보다는 한식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근본적인 곳에 투자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백 대표의 향후 목표는 “새마을식당 같은 브랜드를 50개까지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체인점이 성공하기 위해선 식재료 구입이 안정적이어야 하는데 우리는 임대계약이나 권리금 문제 등이 걸려 1년여 만에 식당을 그만두는 곳들이 많아 식재료 수급이 불안정하고, 그만큼 가격 흥정에서 불리함을 겪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실 식재료 수급이 원활해, 보다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면 그만큼 식당들마다 가격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얼마 전 백 대표는 ‘조미료 문제’로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2009년 출간한 책 ‘백종원의 식당 조리비책’의 레시피에 조미료가 포함되면서 인터넷상에 ‘백종원은 MSG 없으면 요리를 못한다’는 말까지 돌아다녔다. 이에 대해 그는 “많은 사람이 조미료에 대해 오해하고 있다”며 “오히려 그동안 여러 식당이 조미료를 과다하게 사용하는 것을 보고 이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 적당량의 조미료 사용을 제안한 것인데 제대로 책을 읽지도 않고 비난부터 했다”며 억울해 했다. 그는 조미료에 대해 “서로 안 맞는 맛을 조화롭게 연결해주는 매개체”라며 “짠맛과 쓴맛을 연결해 쌉싸름한 맛을 만들어주고, 신맛과 단맛을 연결해 새콤한 맛을 만들어준다”고 설명했다.

요즘 그는 집 얘기만 나오면 저절로 얼굴이 환해진다. 아내 소유진이 둘째를 임신하고 태교에 열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소유진은 최근 여성지 ‘스타일러 주부생활’과의 인터뷰에서 남편 요리의 맛에 대해 묻자 “어떤 요리가 맛있다는 것보다 내가 지금 먹고 싶은 요리를 바로 해주는 요리가 최고”라며 “한밤중에도 지금 카레가 먹고 싶다고 하면 카레, 갑자기 칼국수가 먹고 싶다면 칼국수, 20분 안에 내 앞에 등장한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이 매체에선 최근 치른 돌잔치에서 아들 용희가 돌잡이 때 주걱을 잡아 화제가 됐다고도 전했다.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