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선장 지휘받는 선원에 불과”
다른 3명 살인죄 인정 안해

세월호 승무원 항소심 재판을 맡은 광주고법 형사5부(부장판사 서경환)가 이준석(70) 선장에 대해 1심에서 배제했던 살인죄를 적용한 것은 검찰이 주장한 ‘부작위에 의한 미필적 고의’ 성립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그동안 재판과정에서 가장 큰 쟁점이었던 이 선장의 퇴선명령이 실제로는 내려지지 않았다고 봤다. 이 선장이 퇴선명령 지시를 했다고 본 1심과는 다른 판단이다. 재판부는 이 선장의 퇴선명령이 없었다는 근거에 대해 △김모 2등 항해사가 선장의 지시를 받고 무전기를 이용해 퇴선명령을 했다고 하지만, (객실 등에 있는)사무 직원들에게 전달되지 않았다는 점 △선원들이 세월호를 탈출한 순간에도 “배 안에서 대기하라”는 방송이 계속 나왔던 점 △퇴선방송 지시가 있었다면 승객들의 퇴선조치가 실제로 이뤄져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는 점 등을 들었다. 마땅히 해야 할 퇴선방송을 하지 않은 ‘부작위’ 범죄가 성립된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성립되는지 여부와 관련, “법률은 선장에게 막대한 권한을 부여하고 있고 그 권한은 다른 누구에 의해서도 이행될 수 없는데도, 이 선장은 골든타임에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아 승객들이 익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었고, 자신이 먼저 빠져나갔다”며 “자신의 신분도 육지로 이송된 뒤에야 밝혔다”고 설명했다. 이는 화재가 난 빌딩에 구조하러 간 소방대장이 피해자들을 외면한 채 먼저 빠져나오는 행위와 비슷하다고 재판부는 덧붙였다.

재판부는 이 선장의 미필적 고의가 성립된 시점에 대해서는 “사고 당일 오전 9시 39분 박모 기관장 등 기관부 선원들이 퇴선하는 것을 보면서 승객들이 선내에 있을 경우 빠져나오지 못하고 사망할 것이라는 생각을 한 후 (자신이) 퇴선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다만 검찰이 함께 살인, 살인미수 등으로 기소한 강모 1등 항해사, 김모 2등 항해사, 박모 기관장 등 3명에 대해서는 선장의 지휘를 받는 선원들에 불과하다는 점 등을 들어 살인의 미필적 고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 선장에 대해서만 1심(징역 36년)보다 높은 무기징역을 선고하고, 다른 선원 14명에 대해서는 더 낮은 형량을 선고한 것은 “비상사태 시 선장의 책임이 그만큼 막중하다는 점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광주 = 정우천 기자 sunshin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