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쇠퇴론 상대적 관점일 뿐
당분간 美지위 도전국 없어
팍스 아메리카나 3.0 시대”

한·미·중·일 4개국 전문가들이 28일 중국의 급부상 등으로 상대적인 쇠퇴를 겪었던 미국이 최근 탄탄한 경제회복과 강력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명실상부한 ‘슈퍼 파워’ 지위로 복귀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또 미국이 세계질서를 다시 주도하는 ‘팍스 아메리카나 3.0’ 시대가 열렸으며 당분간 미국의 지위에 도전할 강대국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 정책에 대한 평가와 향후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역할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견해가 다소 엇갈렸다.

전문가들은 이날 서울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아산정책연구원 주최 ‘아산플래넘 2015’에서 ‘미국의 귀환?’이라는 주제로 치열한 논쟁을 벌였다. 먼저 함재봉 아산정책연구원 원장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국제사회에서 팽배했던 ‘미국 쇠퇴론’을 반박했다. 함 원장은 “미국이 재정적자와 금융위기, 이라크 전쟁 등으로 쇠퇴하면서 일본에 점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되고 있다는 관측이 있었다”면서 “각국 안보정책의 기본 가정이 이 같은 미국의 쇠퇴인데, 이는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함 원장은 “통계로도 미국의 경제가 귀환했다는 사실이 확인되고 있는 만큼, 미국 쇠퇴론에 기반을 둔 안보정책 및 전략도 이제 많은 수정을 거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외교학원장 출신인 우젠민(吳建民) 외교정책자문위원회 위원도 “미국은 오늘날 전 세계의 유일한 강대국”이라고 인정했다. 우 위원은 “가까운 미래에 미국의 지위를 넘볼 수 있는 국가는 없을 것”이라면서 “미국의 쇠퇴 역시 아프가니스탄·이라크 전쟁이라는 전략적 실패에 따른 상대적인 것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우 위원은 그러나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의 ‘아시아 재균형’ 정책에 대해서는 “미국은 한 번도 아·태 지역을 떠난 적이 없다”면서 다소 다른 인식을 드러냈다. 또 우 위원은 “중국은 지역의 평화·번영을 증진하기 위해 미국과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며 여전히 미·중 협력에 방점을 뒀다.

미국의 군사력 변화를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브루스 베넷 미국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미국이 올해 연구·개발 비용을 27%까지 삭감하지만 실질적인 달러 기준으로 환산해도 1980년대보다 그 규모가 여전히 크다”면서 미국의 군사적 지위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베넷 연구원은 “미국의 국방예산 삭감으로 주한미군 규모가 감축될 수 있는 상황에서 한국의 인구 변화로 군 병력 자원까지 감소하면 각종 군사적 도전에 대응할 준비가 부족해질 수 있고, 이는 곧 재앙적인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신보영 기자 boyoung2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