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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워싱턴 DC 정계에서는 책 한 권이 발간됐다. 제목은 ‘미국을 위한 티파티의 해결책(Tea Party Solutions for America)’, 줄여 티파티 솔루션이라고 부르는 정책 보고서다. 제목 옆에는 ‘재정 책임과 경제 성장을 위한 의회의 계획’이라는 부제가 붙었다. 포브스지 편집인으로 세계적 금융전문가인 스티븐 포브스 회장이 서문을 썼고, 공화당 상·하원 32명이 각각 부문별로 나눠서 집필했다. 포브스 회장은 서문에서 “미국 경제는 ‘거대 정부가 최고의 정책을 집행한다’는 태도로 인해 고통을 받아왔다”며 “만일 우리가 경제에 얽매인 족쇄를 푼다면 이 땅에는 번영과 부가 넘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 책은 행동을 위한 중요한 촉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는 2016년 미국 대선을 향한 티파티의 항해가 다시 시작됐다. 경선 초반전이지만 공화당에서는 벌써 티파티의 지지를 받는 세 명의 후보가 대권 도전을 선언했다. 테드 크루즈(텍사스·44), 랜드 폴(켄터키·52), 마코 루비오(플로리다·43) 상원의원으로 40, 50대 신예 정치인들이다. 그들은 상원의원 선거 과정에서 강경 보수그룹인 티파티의 전폭적인 후원을 받고 파란을 일으키면서 의회에 입성한 초선들이다. 폴 상원의원은 정통 아메리칸이지만 크루즈와 루비오 상원의원은 쿠바계 이민 2세대다. 모두 잘 생긴 훈남 스타일에 대중을 휘어잡는 뛰어난 연설 역량을 갖추고 있다.

티파티 솔루션이 발간된 15일은 미국의 ‘택스 데이(Tax Day)’였다. 이 날은 개인들이 연방소득세 세금보고서를 제출하는 마감일이다. 1억5000만 명의 개인 납세자들은 15일 자정까지 세금보고나 세금납부 절차를 마쳐야 한다. 티파티 솔루션은 티파티 전국 조직 중 하나인 티파티 익스프레스에서 발행됐다. 택스 데이를 발간일로 잡은 것도 증세 반대의 신념을 전파하기 위한 목적이다. 책에는 티파티의 이념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폴 상원의원은 책에서 “자본이득세를 동결하고, 개인소득세와 법인세를 5% 감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루비오 상원의원은 “새로운 시대는 자유기업과 제한된 정부, 개인의 책임에 뿌리를 두고 있는 새로운 사상을 필요로 한다”고 외쳤다. 그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건강보험개혁법 철폐를 신조로 삼고 있다.

지난 2009년 오바마 1기 행정부 출범을 전후로 출범한 티파티는 단일조직은 아니다. 티파티 익스프레스, 프리덤 웍스, 번영을 지지하는 미국인들 같은 다소 느슨한 전국 단위 조직과 함께 650여 개의 지역 조직이 독자적으로 움직이는 풀뿌리 시민정치운동단체들이다. 작은 정부, 세금 감면, 개인의 자유와 책임이라는 핵심 보수주의 가치에서 벗어난 정부정책을 전면 거부해 공화당 내부에서도 경계 대상으로 꼽힌다. 조직적인 지지운동과 낙선운동을 펼쳐 한 번 눈밖에 난 후보들의 정치적 생명까지 위태롭게 만들고 있다. 원래 공화당은 친기업 성향이지만 티파티는 기업지원 정책도 반대한다. 특히 오바마 행정부가 금융위기 이후 쓰러져 가는 월스트리트의 투자은행과 자동차업체에 구제금융을 제공하자 티파티는 강력한 반대운동을 펼쳤다. 개인들로부터 거둔 세금이 부실기업 지원에 쓰여서는 안 된다는 논리였다. 철저한 원리주의로 무장한 티파티는 월스트리트에도 위협을 가하고 있다. 티파티 명칭은 1773년 영국 정부의 증세 조치에 항의해 보스턴 항구에서 차 상자를 바다로 던진 ‘보스턴 티파티’ 사건에서 유래했다. 티(TEA)는 ‘세금을 낼 만큼 냈다(Taxed Enough Already)’는 의미의 약자이기도 하다.

티파티의 부활은 지난해 6월에 예고됐다. 중간선거 공화당 경선 과정에서 버지니아주 7선거구 데이비드 브랫(49) 후보는 당내 넘버2였던 에릭 캔터 원내대표를 11%포인트 차로 쓰러뜨리는 기염을 토했다. 그는 티파티의 지지를 받고 있었다. 결국 브랫 후보는 2014년 11월 본선에서도 승리해 하원의원 자리에 올랐다. 2012년 대선에서 제대로 지지후보를 내지 못하면서 ‘쇠퇴론’에 휩싸였던 티파티는 다시 워싱턴 정계의 주목을 받았다.

폴, 크루즈, 루비오 상원의원 등 ‘티파티 3인방’ 앞에는 험난한 도전 과정이 놓여 있다. 무엇보다 당장 경선에서 젭 부시(62) 전 플로리다 주지사와 스콧 워커(47) 위스콘신 주지사의 벽을 넘어야 한다. 둘은 아직까지 출마 선언을 하지 않고 있지만 조만간 대권도전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정치전문 웹사이트인 리얼 클리어 폴리틱스(RCP)의 3월 여론조사 종합집계에 따르면 티파티 3인방은 아직 지지율에서는 뒤처지고 있다. 부시 전 주지사와 워커 주지사가 각각 16.5%와 15.3%로 선두군을 형성하고 있는 반면 크루즈 상원의원은 10.5%, 폴 상원의원은 9.8%, 루비오 상원의원이 7.3% 정도다.

티파티 익스프레스의 테일러 부도위치 사무국장은 15일 티파티 솔루션 발간사에서 “우리의 목표는 단지 후보를 공직에 앉히는 것이 아니고, 워싱턴 정치를 변화시키는 것”이라며 “의회에서 시작해 백악관까지 정부를 변혁시킬 새로운 사상을 실현할 때가 왔다”고 말했다.

워싱턴 = 이제교 특파원 jkle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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