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14일 서울 중구 명동의 한 보도에 설치된 철제 환풍구 덮개 위에 오토바이들이 주차된 가운데 그 옆을 시민들이 걸어가고 있다.

‘추락 위험’ 경고 문구 없고
‘담배 버리지 마시오’ 글귀만
보행자 한꺼번에 5∼6명 씩
서울시 “이달 가이드라인 마련”

14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일대. 인도 위에 설치된 환기구 위를 뛰어가던 오세희(여·25) 씨를 불러세웠다. 오 씨는 “판교 환기구 추락사고 직후엔 일부러 환기구 위를 걷는 것을 피하기도 했다”며 “하지만 지금은 그다지 의식하지 않고 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 판교 환기구 추락 사고가 일어난 지 200일이 가까워졌지만 시민들의 안전의식은 또다시 희미해지고 있다.

지난해 4월 세월호 참사 이후 새로운 부처(국민안전처)가 만들어질 정도로 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사회 전반적으로 한 때 높아졌지만 그 열기는 이내 식어버렸고 판교 추락 사고 이후 환기구 관련 안전 의식 역시 엇비슷한 경로를 걷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의식뿐 아니라 제도적인 측면에서도 미흡한 점이 적지 않아 이에 대한 추가 보완이 시급한 실정이다.

15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서울을 비롯해 주요 지자체에서 아직 민간·공공시설 환기구에 대한 자체 관리 가이드 라인이 마련돼 있지 않은 영향으로 경고문구조차 없는 경우가 수두룩하다. 국토교통부의 관련 가이드 라인에 따라 시설 개선에 나선 곳도 일부 있지만 철제 덮개 하중기준이나 위험 경고표시 등에 대한 규정이 없는 곳도 적지 않다.

서울의 경우 중구와 서대문구 일대 환기구 5곳만 보더라도 ‘추락위험’이 표시된 1곳을 제외하곤 어떠한 경고 문구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일부 환기구엔 ‘담배꽁초를 버리지 마시오’만 작게 표시돼 있을 뿐이었다. 명동 환기구 한 철제 덮개 위에는 100㎏ 이상은 돼 보이는 중국집 배달용 오토바이가 5대나 주차돼 있는 상태에서 보행자 10명 중 5∼6명이 거리낌 없이 지나다니고 있었다. 덮개 아래를 내려다 봤더니 별다른 지지대 없이 깊이가 10m가량은 돼 보였다.

서울은 관련 가이드 라인을 4월 중 마련한다는 계획이지만 시설 규모가 만만치 않아 목표 달성이 가능할지 미지수다. 부산, 대구, 울산 등 다른 지자체들도 판교 추락사고 이후 안전점검을 실시하고 일부 안전 펜스를 설치하기도 했지만 자체 가이드 라인을 마련하지 못한 곳이 많았다. 실제 경기 수원에서 철판이 무너져 시민이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내 환기구는 ㎡당 500㎏ 하중도 견딜 수 있을 만큼 튼튼히 설계돼 있어 큰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 = 최준영 기자 cjy324@munhwa.com, 전국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