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3000만원’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이완구 국무총리에게 3000만 원의 정치자금을 전달할 때 비타500 상자를 이용했다는 보도와 관련, 5만 원권 100장 묶음 6다발을 비타500 상자에 넣어 본 결과, 절반 정도 차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낙중 기자 sanjoong@

메모지·언론녹취 의혹 불과
금품전달 목격인물 확인 뒤
여권 관련자 직접조사 계획

‘성완종 리스트’를 수사 중인 검찰이 이번 사건의 핵심으로 꼽히는 이완구 국무총리에 대한 수사를 사실상 시작하며 이 총리의 금품수수 의혹과 관련한 각종 수사 단서들을 집중적으로 파악하고 있다. 검찰은 성완종(64) 전 경남기업 회장이 이 총리에게 금품을 직접 전달한 시점에 대한 관련자 진술을 확보하는 한편 성 전 회장의 금품 전달과 연계된 여러 증거를 차례로 확인한 후 리스트에 언급된 나머지 여권 핵심 인사들에 대한 직접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성완종 리스트’ 특별수사팀은 성 전 회장이 이 총리에게 현금 3000만 원을 전달했다는 주장과 관련한 각종 정황 단서들을 수집하며 이 총리 수사에 대한 토대를 만들고 있는 것으로 15일 알려졌다. 검찰은 경향신문으로부터 성 전 회장의 녹취파일을 전달받지 못했지만 언론 보도와 성 전 회장 주변 인물들에 대한 조사를 통해 각종 증거를 확보하고 있다. 이 총리가 2013년 4월 충남 부여·청양 국회의원 재선거 출마 당시 3000만 원을 받았다는 녹취 내용과 관련, ‘성 전 회장과 이 총리가 사무실에서 1대 1로 만났으며 (돈을 담은) 음료 박스를 주고 나왔다’는 수행비서의 진술도 공개됐다. 검찰은 성 전 회장 옆에서 활동했던 인물들에 대한 조사를 우선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검찰은 경남기업과 국회에서 성 전 회장을 보좌했던 인물 5∼6명을 추려 이들의 행적을 집중 조사하고 있다. 성 전 회장의 사망 당시 발견된 메모지와 언론 인터뷰 녹취록 등은 의혹 제기에 불과하다. 검찰은 이 총리가 당장 검찰 수사에 응하겠다는 반응을 나타내고 있지만 준비를 탄탄히 마친 후 이 총리를 조사하겠다는 계획이다. 검찰은 이 총리는 물론 여권 핵심들에게 성 전 회장이 돈을 전달하는 광경을 목격한 인물을 확보하는 게 이번 수사의 성패를 가를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히고 있어 성 전 회장 주변 인물들을 먼저 소환해 수사 기초를 다진 뒤 여권 인사들을 직접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또 경남기업의 자금담당 책임자인 한모 부사장으로부터 비자금 32억 원의 인출 내역 등이 담긴 이동식저장장치(USB)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자금 인출 시점과 성 전 회장이 여권 핵심 인사들에게 돈을 전달한 시기를 비교해 성 전 회장의 주장이 사실인지를 파악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더불어 성 전 회장의 외부 일정이 기록된 다이어리를 확보해 그가 돈을 전달했다고 언급한 인물들을 언제, 얼마나 자주 만났는지를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주 내로 성 전 회장과 관련한 의혹을 확인하는 작업을 마무리할 것”이라며 다음 주부터 관련자 소환 등 본격적인 수사에 돌입할 것을 시사했다.

박정민 기자 bohe0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