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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을 일깨우는 아이들의 위대한 질문 / 제마 엘윈 해리스 엮음. 김희정 옮김 ／ 부키 펴냄

어린이는 놀라움으로 하루를 산다. 질문은 그들의 생활양식이며 궁금함은 존재의 이유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말대로 철학이 경이로움에서 시작하는 것이라면 어린이는 가장 뛰어난 철학자다. 어른들이라면 나중에 생각할 문제도 그들은 지금 꼭 생각해야 속이 시원하다. 이런 어린이들이 던지는 모든 질문에 대해 부모와 교사는 늘 정확하게 대답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럴 수도 없고 반드시 그래야 하는 것도 아니다. 실은 우리도 그 ‘모르는 사람’의 대열에 함께 있기 때문이다.

어른으로서 질문하는 어린이를 돕기 위해서 첫 번째로 할 일은 그 질문에 감탄해주는 것이다. 그리고 그 탐구의 과정에 함께 하겠다는 동료애를 보여주는 것이다. 어린이는 답변자의 권위를 살피거나 체면을 생각하지 않고 자유롭게 묻는다는 점이 어른과 다르다. 질문의 경제적 효용보다는 궁금했던 문제 자체에 집중한다. 어린이와 나누는 대화가 종종 어른들에게 더 큰 배움이 되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어른을 일깨우는 아이들의 위대한 질문’에는 그러한 경험이 상세히 담겨 있다. 이 책을 엮은 제마 엘윈 해리스는 아들을 키우며 세 명의 조카를 돌보는 과정에서 ‘질문하는 어린이’와 수없이 마주쳤다. ‘저게 뭐야?’에 대한 좀 더 현명한 답변이 있지 않을까 늘 고민했다. 그래서 열 곳의 학교를 돌며 초등학생과 중학생 수천 명에게 ‘가장 궁금한 것이 무엇인지’을 질문한 다음 수집한 문항을 정리해 그 분야에서 가장 바쁘게 일하는 어른들에게 보냈다.

백 개가 훨씬 넘는 이 책의 질문 목록에는 너무 기본이라고 여겨서 우리가 한 번도 묻지 않았던 것부터 이상한 사람으로 보일까 봐 차마 질문할 수 없었던 것까지 다양한 내용이 담겨 있다. ‘영국 사람들은 어떻게 영어를 하게 되었나요?’ ‘운동선수들은 관객이 시끄러운 소리를 낼 때 어떻게 정신을 집중하나요?’ ‘도시 이름들은 누가 지었나요?’ ‘어떻게 사랑에 빠지게 되나요?’ 등 목차만으로도 흥미롭다. 각각의 질문에 대해서는 알랭 드 보통, 노엄 촘스키, 고든 램지, 리처드 도킨스, 재클린 윌슨을 비롯한 분야별 전문가들이 성심성의껏 답한다.

이 대단한 답변자들조차 ‘우리도 잘 몰라요’라고 말을 꺼내는 장면은 상당한 위안이 된다. 그들은 ‘나도 이걸 몰라서 공부하다가 전문가가 되었지요’라고 털어놓기도 하고 ‘당신 덕분에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어요’라고 고마워하기도 한다. “지금 바쁘니까 있다가 얘기하자”는 말에 지친 아이들에게는 질문의 동력을 되찾아주고 어른에게는 답변의 용기를 안겨주는 책이다. 아이에게 책을 안겨주고 ‘답이 여기 있다’고 하는 것보다는 읽고 같이 대화를 나누어보기를 권한다.

김지은 <어린이·청소년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