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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쥐와 친구가 된 고양이 / 루이스 세풀베다 지음, 엄지영 옮김 / 열린책들

고양이와 생쥐는 천적 관계를 언급할 때 가장 자주 언급되는 두 동물이다. 이 때문에 칠레가 낳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행동하는 지성이라 불리는 저자가 쓴 ‘생쥐와 친구가 된 고양이’는 제목에서부터 주고자 하는 메시지를 분명히 제시하고 있다.

이 책에는 주인공 셋이 등장한다. 고양이 믹스와 그의 주인인 사람 막스, 그리고 생쥐 멕스다. 일반적으로 셋 간에는 ‘막스 > 믹스 > 멕스’라는 주종 관계가 성립할 거라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저자는 말한다. “누가 누구의 주인이라는 건 얼마나 잘못된 생각인가?” 작가의 아들과 그가 키운 고양이를 실제 모델로 쓴 이 작품은 ‘관계’에 대한 아주 중요하고 묵직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막스는 믹스를 키우지만 결코 가두려 하지 않는다. 때가 되면 다시 제자리로 돌아올 거라 믿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저자는 진정한 친구라면 서로의 자유를 존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막스는 시력을 잃은 믹스가 부딪히지 않고 자유롭게 다닐 수 있도록 모든 물건을 원래 있던 자리에 둔다. 이 모습에서 저자는 진정한 친구라면 불편한 점이 없도록 서로를 보살펴야 한다고 충고한다.

세상을 볼 수 없게 된 믹스 앞에 어느 날 멕스가 나타난다. 두려워하는 멕스에게 믹스는 먹을 것을 주고, 믹스에게 정을 느낀 멕스는 믹스의 눈이 돼 그를 세상 밖으로 인도한다. 저자는 이야기한다. “친구들이 서로 마음만 합치면 이겨 내지 못할 일이 아무것도 없다”고.

10년을 만나도 데면데면한 친구가 있고, 1개월을 사귀었어도 속마음까지 터놓을 수 있는 친구가 있다. 관계에 있어서 시간의 흐름이 그리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다. 저자는 “삶이라는 건 길이가 아니다. 고양이와 생쥐처럼 서로 마음을 열고 얼마나 따뜻한 마음으로 사느냐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막스는 믹스의 주인이다. 먹이를 주고 사랑을 쏟는다. 믹스 역시 막스에게 의지한다. 그리고 그에게 기쁨을 준다. 하지만 둘의 관계를 ‘키운다’는 수직 개념이 아니라, ‘서로 아끼고 좋아한다’는 수평 개념으로도 충분히 바라볼 수 있다. 마찬가지로 약하고 배고픈 멕스를 보호하는 믹스와 믹스의 눈이 되어주는 멕스의 관계 역시 강자와 약자, 혹은 갑을 관계가 아니라 서로의 장점을 나누는 친구라 할 수 있다. ‘생쥐와 친구가 된 고양이’는 동화다. 하지만 어린이만을 위한 동화는 아니다. 관계의 기본적인 개념을 망각하고 살아가는 어른들에게 이 책은 따끔한 충고와 깨달음을 준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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